방송+통신+신문 결합상품 ‘작은 언론’ 위협
한나라 언론법 통과되면…‘자본 게임’ 시장 교란
할인율 확대 추진…거대신문-재벌 독과점 강화
할인율 확대 추진…거대신문-재벌 독과점 강화
신문·방송 겸영의 전면확대와 대기업의 지상파 진출을 허용하는 정부 여당의 언론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거대신문과 재벌이 쏟아내는 각종 파생 결합상품들이 언론 시장을 교란시키고 작은 언론들을 고사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송 진출이 예상되는 거대 신문들이 자사 제품에 대한 일종의 ‘끼워팔기’로 언론 시장 독점을 부추기고 여론 다양성을 위협하리라는 것이다.
결합상품은 가격 인하 효과를 수반해 소비자에게 득이 되지만, 근본적으론 방송·통신 사업자의 시장 정체 타개책이다. 결합상품 경쟁이 ‘자본게임’의 속성을 지니며 불공정거래 시비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결합상품 출시 경쟁의 선두엔 자본력이 큰 거대 통신기업들이 있다. ‘초고속인터넷+유선전화+이동전화+인터넷전화+인터넷텔레비전(IPTV)+와이브로(WIBRO)’의 6종 매체에 보험·금융상품까지 덧붙이며 다양한 조합의 결합상품으로 진화시키는 중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결합판매 할인율을 30%까지 확대하고, 전기통신사업법을 고쳐 신고만으로 약관 개정을 허용해줘 경쟁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여당의 신문·방송법 개정안은 기존 ‘방송+통신’ 결합 서비스에 신문까지 추가하며 수많은 형태로 변주되는 ‘결합상품 빅뱅’을 부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언론계가 ‘자본게임’의 한가운데로 편입된다는 의미다. 신문·방송·통신 거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이 확산돼 여론독과점 심화와 공정경쟁 훼손이 불가피하다.
방송법 개정과 동시에 조선·중앙·동아 거대신문 3사가 방송에 진출하고 ‘방송+신문’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는 방식이 우선 예상된다. 재벌이 가세한 ‘삼성+중앙일보’ 형태의 방송이 탄생할 경우,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협의해 자사 방송 중심의 묶음 채널을 만들고 신문과 기업 전자상품 할인권까지 끼워파는 결합상품 출현이 가능하다. 자회사 ‘중앙방송’을 설립해 <큐(Q) 채널> <제이(J)골프> <카툰네트워크 채널> 등을 운영해온 중앙일보는 이미 독자적 패키지 채널을 만들어 결합상품 시장에 뛰어들 상당한 역량을 갖춰 가고 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조·중·동이 자사 방송이 포함된 채널 구성 상품에 가입한 독자에게 신문 구독권을 할인해주는 형태로 결합상품을 활용하면 신문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신문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행위 규제 조항을 삭제한 신문법 개정안마저 통과되면 신문을 활용한 결합상품의 시너지 효과는 배가된다. 작은 언론은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통신 대기업의 결합상품도 더욱 위력을 떨칠 것이란 전망이다. 케이티(KT)·에스케이(SK)·엘지(LG) 통신 3사는 방통위가 추진하는 직접사용채널 허용만으로도 아이피티브이 보도·종합편성채널을 가질 수 있다. 한국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의 김희경 박사는 “통신기업 직사채널 허용은 총알(돈)이 많은 유·무선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보도·종편과 통신상품을 결합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합상품이 부추기는 기업간 가격경쟁이 콘텐츠 질 저하를 낳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진만 강원대 교수는 “대자본일수록 기존 시장을 잠식하려면 결합상품 덤핑경쟁을 선도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콘텐츠 산업 기반 붕괴로 이어져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관계자조차 “한나라당 방송법 개정안에 결합상품의 폐해를 견제하는 조항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한 야당 추천 위원은 “언론관계법 개정이 낳을 결합상품 불공정거래를 제어할 대책 마련 필요성을 위원회에 제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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