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법개정 추진 드러나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키스디)이 정부·여당이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한 종합편성채널의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여당이 종편채널의 사업성이 회의적인 상황에서 대기업과 신문의 종편채널 진출 허용을 위해 무리하게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키스디가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보도전문채널 및 종합편성채널 제도 연구’ 보고서는 “최근 경기불황을 고려에 두지 않더라도 제한된 전체 방송시장의 크기와 제작비 부담 등 여러 현실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종편채널의 사업성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정부·여당의 방송법 국회 통과를 전제로 보도·종편채널 도입을 추진해온 방통위가 키스디에 맡겨 진행한 연구과제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보고서를 입수해 25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프로그램 제작비용이 연간 약 2~3천억 수준임을 감안할 때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아닐 경우 이에 준하는 프로그램 제작비를 투자할 수 없고, 최소한 3~5년간 감수해야 할 적자를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보다 심각한 문제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한다고 해서 종래 지상파에 버금가는 채널인지도 및 경쟁력·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라며 유료방송 채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상파방송 3사 계열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시청률 1%를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근거로 들었다. 보고서는 “(종편채널이) 수익성은 불투명하기 때문에 종편채널 사업에 대해 타당하고 신중한 계획 없이 시작할 경우 2~3년 이내에 비용 감당이 불가능하고 바로 부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종편채널과 보도채널 도입은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를 통한 산업적 파급효과는 물론 양질의 다양한 콘텐츠 제공으로 방송 공익성 및 시청자 복지 증진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정반대의 결론을 맺었다.
연구를 책임진 황준호 박사는 ‘부정적 사업성’과 ‘도입 필요’란 보고서 내용의 불일치에 대해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것과 사업성이 없다는 것은 다르다”고 밝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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