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본관 공개홀에서 열린 제작거부에 들어가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MBC 기자 133명 제작거부…라디오 PD 이틀째 연가투쟁
기자·피디들 “경영진 정치권력에 굴복” 비판, 강도 높은 투쟁 예고
기자·피디들 “경영진 정치권력에 굴복” 비판, 강도 높은 투쟁 예고
<문화방송>(MBC) 경영진의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 방침에 항의한 기자들이 9일 낮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인 김미화씨 교체에 반대하며 전날 제작거부에 돌입한 라디오 피디들도 ‘김미화 교체는 경영진이 정치권력에 굴복한 결과’라면서 이틀째 연가투쟁을 계속했다.
각 기수 대표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문화방송 기자회는 경영진에 제시한 시한인 이날 낮 12시까지 신 앵커 교체 철회가 이뤄지지 않자 곧바로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보도국 기자들만의 제작거부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제작거부엔 기자회 회원 143명 중 133명이 참여했다.
비대위는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앵커 교체를 놓고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정권의 압력에 엠비시가 굴복하려 한다는 우려는 나날이 증폭되고 있다”며 정치적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자들은 ‘뉴스데스크’ 등 보도본부의 모든 프로그램 제작과 기사 작성 및 취재행위를 거부한다는 계획이다.
신 앵커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7일 오후 소정의 절차에 따라 교체를 진행하겠다는 보도국장의 통보를 받았다”며 “그만 두라면 그만 둬야지 어떡하겠냐”고 말했다. 신 앵커는 또 교체 이유가 클로징 멘트(맺는말)의 정치성 때문이란 지적에 대해 “내 클로징 멘트는 별 내용도 없는데 왜 그렇게 과대포장해서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며 “최종 교체가 결정되면 나도 떠나는 사람으로서의 소회를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이후 입사한 라디오본부 평피디들도 이날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인 김미화씨 교체에 반발하는 연가투쟁을 계속했다. 라디오본부 전체 피디들은 성명을 내고 “김미화씨 교체는 정치권력의 오판과 경영진의 무소신에 의한 부당한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진행자 교체 방침을 바꾸지 않을 경우 간부 피디들까지 포함한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문화방송 안에선 이번 내부 갈등이 8월로 예정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개편 등을 겨냥한 이명박 정부의 문화방송 압박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많다. 정권은 피디수첩 압박을 통한 ‘문화방송 흠집내기’로 방문진 개편에 최대한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 하고, 문화방송 경영진들은 방문진 개편 이후 지위 보장을 위해 ‘민감한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교체하려 한다는 시각이다.
이번 사태의 해결 여부는 엄 사장이 진행자 교체 최종 결정 시한으로 밝힌 10일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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