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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신·방겸영, 상업언론 이윤 극대화에만 유용한 도구”

등록 2009-07-14 13:50

한국에서도 번역 출판된 <부자 미디어, 가난한 민주주의>의 저자인 로버트 맥체스니 미 일리노이대 교수는 미디어의 소유집중이 불러오는 민주주의의 훼손 문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 본 저서를 여럿 펴냈다. 맥체스니 교수 제공
한국에서도 번역 출판된 <부자 미디어, 가난한 민주주의>의 저자인 로버트 맥체스니 미 일리노이대 교수는 미디어의 소유집중이 불러오는 민주주의의 훼손 문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 본 저서를 여럿 펴냈다. 맥체스니 교수 제공






미 대표 언론학자 맥체스니 교수

“신문 독과점 언론에
방송 소유 허용은
매우 위험한 조처”

“이미 (한국) 신문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보수 신문사들에게 방송사를 소유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여론 독과점으로 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조치이다.” “교차소유는 지상파의 독과점 해소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 교차소유 허용은 오히려 독과점을 유발한다.”

미디어 시장의 집중화와 이로 인한 민주주의 훼손 문제에 천착해온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학자 로버트 맥체스니(54) 일리노이대 교수가 한국의 신문·방송 겸영 허용이 결과적으로 언론시장 독과점과 여론다양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0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신·방겸영이 세계적 추세가 아니며, 겸영으로 인한 고용창출, 시장경쟁 활성화, 뉴스 품질의 향상, 지역뉴스의 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가 진행했다.


-한국에서는 3개의 보수색채가 강한 신문사가 신문시장을 지배하고 있는데, 이들이 방송에 욕심을 내고 있다.

“소수의 상업 신문사가 신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3개의 주요 신문사들이 모두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이미 신문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보수 신문사들에게 방송사를 소유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여론 독과점으로 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조치이다”

-한국 신문시장은 전례없는 위기다. 교차소유가 해결책이 될 수도 있지 않나?

“언론사를 운영하는 기업인의 입장에서는 맞는 얘기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틀린 얘기다. 교차 소유 허용이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는 결국 더 큰 문제점을 낳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을 통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청점유율 제한해도
독과점 막아내지 못해
더 큰 문제만 낳을것”

신·방겸영을 지지하는 쪽에서 강조하는 지상파의 여론독과점 문제와 관련해 맥체스니 교수는 공영방송 중심의 한국 방송제도를 지상파 독과점 차원에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교차소유를 허용한다고 해서 지상파 독과점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소유규제가 정답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여당은 지상파의 여론독과점을 교차소유 필요성의 주요 논거로 제시해왔다.

“교차소유는 (지상파) 독과점 해소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 교차소유 허용은 오히려 독과점을 유발하게 된다.”

-교차소유를 허용한 뒤 시장점유율 또는 시청자점유율 제한을 둔다면 여론다양성 훼손을 막을 수 있지 않나?

“그런 방법으로 여론 독과점을 막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교차소유는 한번 허용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허용에 조심해야 한다.”

-만약 지상파 독과점이 있다면 이를 해소할 방안은 무엇인가?

“미디어 소유에 대한 강력한 법적 제한을 두는 것이다.”

-한국정부는 ‘다공영 1민영’ 체제를 ‘1공영 다민영’ 체제로 바꾸려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방송의 공공성은 크게 약화되지 않을까?

“공영방송을 상업방송화 하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 상업방송은 방송의 공영성보다 자사의 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방송의 공영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은 방송의 공영성 확보를 위해 지켜야 한다”

정부·여당은 언론법이 개정되면 시장경쟁이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뉴스 선택권이 넓어지고, 여론 다양성도 확대될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서로 다른 지역에서 교차소유를 허용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는 오히려 미디어집중화로 인해 경쟁은 제한되고, 획일적인 뉴스정보를 양산함으로써 저널리즘 기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맥체스니 교수는 진단했다.

-교차소유를 허용하면 시장경쟁이 활성화하나?

“그렇지 않다. 소수의 대형 미디어 그룹이 언론시장을 장악하게 돼 시장경쟁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결국 언론시장의 독과점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 소유제한을 풀어서 집중이 심화됐나.

“1996년 ‘텔레커뮤니케이션법’을 만들면서 시장 경쟁 활성화 명분으로 신·방겸영을 뺀 나머지 소유제한을 대부분 풀었지만, 되레 자본력 있는 거대 미디어 그룹이 더 많은 언론사를 소유하게 된 계기가 됐다. 자본력이 강한 미디어 그룹이 작은 미디어 회사들을 잇따라 사들였다.”

공익보도 줄어들고
다양한 정보유통 방해
여론다양성 훼손 뻔해”

-교차소유 허용이 매체소유 집중으로 이어진다면 뉴스의 다양성은 더 줄어드는 게 아닌가?

“소유 집중으로 탄생한 거대 미디어 그룹들은 저널리즘적인 가치보다는 경제적 이윤 창출에 더 무게를 둔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시청률 경쟁력이 없는 공익 프로그램 같은 경우 제작을 기피하게 된다. 또 다양한 뉴스 정보의 유통을 방해한다. 이는 여론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매체의 양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의 뉴스를 생산하는 매체의 존재가 여론다양성의 필요조건이란 말인가?

“맞다. 다양한 시각을 가진 매체의 존재가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교차소유를 하면 서로의 인력과 시설, 취재력 등을 공유하면서 비용은 줄이는 대신 서비스 품질은 높일 수 있지 않나?

“교차소유는 비용을 줄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그러나 취재인력 감소로 취재 공백이 생길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시청자나 독자가 알아야 할 정보가 모두 전달될 수 없는 부작용이 생긴다. 뉴스 프로그램의 질도 떨어진다. 모기업에서 제작한 뉴스나 방송 프로그램 비율이 높아지면서 지역 소식 보도나 지역 관련 프로그램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미국은 1975년 이래 동일시장에서 신·방겸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시장주의가 강한 미국에서 35년간 교차소유 규제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양한 방송국과 신문사가 공존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 언론의 공공성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계층과 사람들의 의견이 여론에 반영되는 게 중요하다. 시청자와 독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언론사가 존재해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 역할을 할때 사회적 이슈에 대해 균형잡힌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미국에서 교차소유 금지 등 소유규제에 대한 국민 여론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미국인은 반대하고 있다. 흔히 교차소유 허용을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디어 관련 17종 저서
세계적 언론개혁 ‘지침’

로버트 맥체스니 교수는

로버트 맥체스니 교수는 저명한 언론학자이면서 세계적인 미디어 개혁 운동가이기도 하다. 커뮤니케이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으며 미 일리노이대 문헌정보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디어와 민주주의와의 관계이다. 그는 현재 미국에는 ‘다수의 지배’라는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민주주의는 없다고 단정한다. 상업주의에 기반한 거대 미디어기업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사상적 기반에서 언론시민단체 활동을 오랫동안 해왔다. 2002년 ‘자유 언론’(Free Press)을 공동 설립한 뒤, 지난해 4월까지 대표로 활동했다. 이 단체를 통해 그는 △비영리 및 비상업적 미디어 설립 △진정한 공영방송제 실시 △상업방송에 대한 규제 강화 △독점 금지 등 4가지를 추구해왔다. 그는 방송 전파는 공공자산인 만큼 방송사업자들이 일정한 책무를 져야 하며, 미디어 통제권의 일부를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17권에 이르는 그의 저서는 언론 개혁 지침서들로 손색이 없다. <그들의 것이 아닌 우리들의 미디어>(2002), <미디어의 문제점>(2004), <미국과 세계 커뮤니케이션>(2006), <미디어 정치경제학>(2008) 등은 모두 언론운동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책들이다. 특히 2008년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ICA) 우수도서상을 탄 <부자 미디어, 가난한 민주주의>(1999)는 한국 등 전 세계 14개국 언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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