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민주국민회의,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부정투표까지 감행하여 장기집권용 방송 장악을 하려 한다”며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지역방송협의회, 새달 4일 서울서 대응방안 모색 전체회의
지역민방 신규 종편에 속수무책…미디어렙 도입땐 재정 휘청
지역민방 신규 종편에 속수무책…미디어렙 도입땐 재정 휘청
지역방송들이 정권의 언론정책에 맞서 공동 대응에 나선다. 경영 사정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종합편성·보도채널이 허용되고, 미디어렙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 지역방송은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국 19개 지역엠비시(MBC)와 9개 민영방송 노조로 구성된 지역방송협의회는 새달 4일 서울에서 전체회의를 연다고 30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종편과 민영 미디어렙 도입 때 대응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하용봉 의장(청주방송 노조위원장)은 “종편을 도입하더라도 최소한 9개 지역민방 권역에 맞게 나눠서 승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모아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엠비시와 지역민방 사장들 모임인 한국지역방송협회도 전략지원단을 꾸려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흥보 지역방송협회 의장(춘천엠비시 사장)은 “지난 2005년 만들어진 정책연합단을 전략지원단으로 격상했다”며 “언론법, 방문진 구성, 미디어렙 등 지역방송에 닥친 현안을 연구·분석해서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방송들의 이런 움직임은 언론법과 민영 미디어렙의 파장이 중앙보다 지역 매체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 우선 언론법이 시행된다면 지역 민영방송은 신규 종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높다. 종편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케이블 채널과 위성방송을 통해 의무 재전송이 되기 때문에, 지역방송의 영향력과 비교가 안 된다. 손영호 전국언론노조 부위원장은 “겨우 연명만 하고 있는 지역방송이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꼴”이라며 헤비급과 경량급의 권투 경기에 비유했다.
이미 지역엠비시의 경영 사정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지난해 19개 지역엠비시 1사당 평균 14억원의 적자를 봤다. 7곳을 뺀 12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지역민방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하용봉 의장은 “대다수 민방들이 2002년 월드컵 특수 이후 매년 10%씩 광고가 줄고 있고, 수시로 명예퇴직과 임금 삭감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법이 시행될 경우, 지역방송들은 대규모 인수합병에 휩싸일 것으로 분석된다. 강행처리된 방송법에 따르면 신문과 대기업은 지역방송에 대해 당장 10%의 지분 참여와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다. 규모가 큰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은 이미 지역민방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는 한나라당 방송법 강행처리 직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지상파 방송의 상호진입 조건 마련에 들어갔다.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엠에스오들이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지역민방 진입을 가속화하면 보편적 무료방송 시스템의 붕괴가 지역에서부터 급격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민방을 흡수한 엠에스오들이 난시청 해소보다는 케이블 가입 유도를 위해 난시청 상황을 이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기·인천지역 민영방송인 <오비에스(OBS) 경인티브이>도 주목 대상이다. 신문과 대기업이 오비에스에 들어갈 경우 ‘권역 외 재송신’을 막고 있는 방통위가 장벽을 터주면 곧바로 전국방송화된다. 적게 투자하고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지역방송이 오비에스인 셈이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지역방송 재정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그동안 지역 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주던 광고가 끊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재우 지역엠비시 미디어렙특위 위원장은 “미디어렙 경쟁 체제를 도입하더라도 지역방송용 공영 미디어렙을 두거나, 그게 아니면 지역·종교방송 등 취약 방송에 일정 비율의 광고를 할당하는 제도를 법안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성우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정부·여당은 지역방송들을 다 죽이고 어떻게 지역민들에게 여론 다양성을 확보해 주고 방송산업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창섭 이문영 기자 cool@hani.co.kr
류성우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정부·여당은 지역방송들을 다 죽이고 어떻게 지역민들에게 여론 다양성을 확보해 주고 방송산업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창섭 이문영 기자 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