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지상파 근처 번호 받아야 종편 사업성 높아
“방통위에 압력” 소문 무성…정부 “사실무근”
“사업자 선정기준도 유리하게 이끌려” 의혹도
“방통위에 압력” 소문 무성…정부 “사실무근”
“사업자 선정기준도 유리하게 이끌려” 의혹도
방송 진입 장벽을 허무는 소유규제 완화가 달성되면 ‘종합편성채널 확보 전쟁’의 다음 단계는 최상의 사업조건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이해관계의 다툼으로 옮아간다. 최근 방송계와 통신업계에선 규제 칸막이가 뚫렸다고 판단한 신문사들이 벌써부터 유리한 채널 배정과 사업자 선정기준을 이끌어내기 위해 로비를 벌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방송법 날치기 직후부터 방송 진출을 노리는 신문들이 신규 종편에 앞자리 채널 번호를 할당하고, 모든 에스오(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서 동일한 번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방통위에 압력을 넣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도 “신문사의 ‘채널 로비설’이 나돈다”며 “돈이 부족한 점을 감안해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업환경을 만들려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종편 사업권을 주는 것 자체가 특혜인데 유리한 채널까지 달라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겠다는 속셈”이라고 성토했다.
좋은 채널을 배정받는 것은 방송사업의 성공과 직결되는 문제다. ‘새로 허용되는 종편의 채널 번호가 다른 유료방송들처럼 20번대 이후로 결정되면 희망이 없다’는 게 방송계의 정설이다. 한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 관계자는 “신규 사업자인 종편은 지상파방송과 가까운 2~13번 사이에 채널을 받아야 짧은 시간에 일정 궤도에 오를 수 있다”며 “이 사실을 아는 신문사들은 정부에 유리한 번호 부여를 요구하고, 종편의 성공을 이끌어내야 하는 정부는 좋은 채널을 미끼로 기업들의 종편 진출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채널 번호의 중요성을 강조한 <조선일보>의 지난달 23일치 기사가 눈길을 끈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상파 버금가는 종합편성채널 2개 나온다’란 제목의 기사는 “종편 사업자가 위성이나 케이블티브이 사업자들로부터 좋은 위치에 채널 번호(예를 들어 엠비시에 이어지는 12번 등)를 받을 경우 아주 짧은 시간에 지상파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다”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종합편성채널이라고 하더라도 수많은 케이블채널 중 하나로 전락해 현재의 피피(방송채널사업자)들처럼 1~2%대 시청률을 전전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정부는 “채널 로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방통위가) 어떤 신문에 특별한 배려를 할 수 있겠냐”며 “특정 신문이나 대기업에 대한 특혜는 있을 수 없다”(7월26일 기자회견)고 잘라 말했다.
반면 방송계에선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국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 관계자는 “지상파방송도 번호 마케팅을 못 한다”며 “만약 소문처럼 채널 번호가 특정 신문사에 유리하게 할당되면 곧바로 헌법소원감이다. 업계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곧 발표할 종편 사업자 선정방안을 두고도 방송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 위원장이 중요 승인기준으로 밝힌 ‘자본력’과 ‘다양한 참여 단위’란 조건부터 대기업에 ‘신문사와 컨소시엄을 해야 방송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방송사업자 승인기준은 재정상태나 콘텐츠 수급능력 등을 본다”며 “사업계획서에 자본금 규모와 투자금액 및 조달방법 등을 쓰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방통위가 ‘최소 얼마 이상’의 자본금 및 자체제작비율 가이드라인을 수치로 제시해 계량평가하지 않고, 비교심사 과정에서 입맛에 맞는 사업자에게 낙점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케이블 방송사 관계자는 “방통위가 자체제작비율 기준 등을 느슨하게 만들수록 돈이 부족한 신문사들은 심사받기가 수월하다”며 “일단 종편 채널을 받기만 하면 최소한의 제작비만 쓰면서도 채널이 정상화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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