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직장악 의도” 반발
구본홍 사장의 사임으로 4일부터 사장 직무대행을 맡은 배석규 <와이티엔>(YTN) 대표이사(전무)가 보도국장을 비롯한 실·국장들(7명)에게 보직사퇴를 요구해 노조가 “보도국 및 조직 장악 의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배 대표는 5일 오전 첫 실·국장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새로운 체제 정립을 위해 실·국장들에게 보직사퇴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와이티엔이 밝혔다.
당장 노조는 “조직을 장악해 간부들을 줄세우겠다는 의도”라며 날을 세웠다. 특히 사퇴서 제출 대상에 선출직인 보도국장을 포함시킨 것을 두고 “보도국장을 날려버리거나 보도국장을 꼭두각시로 만드는 역할을 배 전무가 자임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노사 협약에 따라 임기(1년)가 보장되는 보도국장을 흔들 경우 노조는 즉각적인 실력 행사에 나설 것”이라며 “마치 사장이나 된 것처럼 행동하지 말고, 추후 사장 공모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부터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정영근 현 보도국장은 올 1월 와이티엔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승인 보류 사유(인사불복종)를 해소하기 위해 노사 합의로 치른 선거를 통해 선출됐다.
노조는 배 대표의 보직사퇴 요구에 ‘사장직을 굳히기 위한 조직장악 목적’이란 의혹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새 사장 선임 임무를 수행해야 할 직무대행의 첫 행보로 보기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란 이유에서다.
구 전 사장의 경남고 후배로 와이티엔 뉴스총괄부장 및 자회사 <와이티엔 미디어> 사장 등을 역임한 배 대표는 지난해 11월 전무이사로 부임했으나, 구 전 사장보다 더 강경한 ‘반노조’ 성향을 보이며 노조와 마찰을 빚어왔다. 배 대표는 이날 실·국장회의에서도 “오랜 노사분규 과정에서 회사의 기강이 무너져 내렸다. 간부들이 무너진 기강을 바로잡지 못하면 회사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해 향후 노조와의 긴장관계를 예고했다.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배 전무는 와이티엔의 노사화합을 이끌 인물이 못된다”며 정식 사장이 되려 할 경우 반대투쟁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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