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시 위반 신고 건수와 과징금 추이
공정위 12일 전원회의 ‘일몰제’ 적용여부 결정
“규제 완화” “시장 혼탁” 내부 폐지-유지 격론
“규제 완화” “시장 혼탁” 내부 폐지-유지 격론
신문시장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신문고시가 또 다시 존폐의 기로에 섰다. 지난 1999년 규제완화 논리를 앞세운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반대로 폐지됐다가 2년 뒤 부활한 지 꼭 8년 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12일 전원회의를 열어 신문고시의 존폐 여부를 결정한다. 지역신문을 포함한 대다수 신문과 시민언론단체들은 고시의 유지를 주장하고 있어, 공정위가 폐지 결정을 내릴 경우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이어 언론악법 논란이 또 다시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번 신문고시 존폐 검토는 정부가 최근 5년간 개정이 없었던 각종 훈령과 예규, 규칙들에 대해 ‘일몰제’를 적용해 오는 23일 일괄 폐지하기로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각 부처는 필요한 사안들은 재발령 절차를 밟을 계획인데, 신문고시가 그 대상에 포함될지가 관건이다.
공정위 내부는 유지-폐지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알려진다. 폐지론은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차원에서 신문고시도 없애자는 것이다.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신문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조·중·동 3개 보수신문들의 고시 폐지 주장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왔다. 반면 유지론은 신문시장이 여전히 혼탁한 상황에서 고시 폐지는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고시가 폐지되면 수많은 지방신문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공정위의 방향타를 쥔 정호열 신임 공정위원장은 아직 의중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법학자 출신인 정 위원장은 지난해 7월 공정경쟁연합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경제선진화와 공정거래제도’에서 헌법재판소가 2002년 정부의 신문고시 규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을 특별히 언급한 적이 있다. 정 위원장은 당시 “우리 헌법이 시장경제질서를 지향하지만, 동시에 이로 인한 폐해를 시정하고 복지국가의 이념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의 경제에 대한 간섭을 인정하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다”면서, 헌재가 합헌이라고 인정한 규제 중 하나로 신문고시를 인용했다. 이는 규제완화가 대세처럼 여겨지던 상황에서, 신문시장은 여전히 규제가 필요하다는 정 위원장의 학자적 소신이 담긴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공정위는 전임 위원장 시절에도 고시 폐지는 명분이 없다고 보고, 현행 체제를 유지해왔다.
유료 신문대금의 20%를 넘는 무가지와 경품 제공을 금지하는 신문고시는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23조에 근거한다. 대다수 선진국도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신문고시를 통해 경품 제공을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 대표적이다. 공정위 간부는 “한국과 일본은 신문지국에서 1개 신문만 취급하는 독특한 유통구조 때문에 경품 등 불공정행위가 성행한다”고 말했다. 가두판매에 의존하는 미국 등 다른 선진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신문고시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신문법 10조가 최근 법 개정 때 지방신문과 야당의 반대로 그대로 존속한 것도 고려 요인이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세명대 교수)는 “고시 폐지는 미디어법 강행에 이어 또 다시 조중동에게 특혜를 주자는 것”이라면서 “신문시장 독과점을 심화시켜 여론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년간 고시 위반신고는 매년 500건을 넘는 등 신문시장의 불공정행위가 여전한 상태다. 지난 6월 민언련의 조사에서도 조중동 서울지국 90곳 중 89곳이 고시를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민주당 지도부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북문 앞에서 ‘언론악법 원천무효’ 거리 캠페인을 벌이자 민주당원과 지나던 시민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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