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지역민방 진출 통해 ‘공익-유료’ 경계 허물 우려
* SO : 종합유선방송사업자
* SO :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지상파방송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상호진입을 허용하는 한나라당 방송법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시행령 개정안 초안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향후 지역 언론시장을 재편하는 중심 ‘플레이어’로 세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상파와 에스오의 상호진입 허용은 서울보다 지역 언론시장에 우선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이 최대주주인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의 자본력 투입을 기대하는 지역 지상파방송과 지상파의 콘텐츠를 원하는 에스오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까닭이다. 하용봉 지역방송협의회 공동의장은 “전국 에스오를 몇 개 대기업이 장악한 상황에선 지상파가 에스오를 원하기보다 에스오가 지상파에 손을 뻗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콘텐츠 확보 과정에서 지상파와 분쟁을 겪고 있는 에스오가 <에스비에스>(SBS) 콘텐츠를 수급받는 지역민방에 진출하면 갈등 없이 콘텐츠를 얻을 수 있는 통로도 생긴다. 한국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 관계자는 “지역민방과 에스오 사이에 상호 지분투자가 이뤄지면 콘텐츠 공동개발이 좀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지난해 전임 회장단이 언급한 바 있다”고 전했다. 다른 케이블 방송사 관계자는 “지역 엠비시가 민영화 수순을 밟을 경우 관심 있는 에스오가 진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오의 지상파 진출은 유료방송 틀에 갇혀 있던 에스오의 파워가 무료 보편서비스 영역에까지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이미 지역에선 큰 엠에스오가 지상파를 압도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어 지상파에 들어가는 순간 에스오의 영향력은 차원을 달리한다”고 지적했다. 제주 지역 케이블방송인 <케이시티브이(KCTV) 제주방송>은 이미 자체 지역 콘텐츠를 생산하며 지역방송계의 강자로 성장한 상태다.
특히 엠에스오들이 공동으로 만드는 종합편성채널의 시장 안착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종대 동의대 교수는 “엠에스오들은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있고 송출 플랫폼까지 갖고 있어 종편 사업권만 따내면 현실적으로 유리한 사업 모델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강행처리된 방송법은 지상파라는 공익서비스를 유료방송과 동일한 사업자로 보겠다는 뜻”이라며 “에스오가 방송의 공적 역할에 미치는 영향력을 간과해 ‘언론권력 집중’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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