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구조개편 시사…엄사장 겨냥 “경영진 공과 짚을것”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새 이사장이 13일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 놓고 엠비시 위상을 검토하겠다”며 <문화방송>(MBC) 소유구조 개편 논의에 본격 착수할 뜻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엠비시 종사자들도 이대로(지금의 엠비시 구조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을 것”이라며 “변호사·회계사·증권전문가까지 참여시킨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가장 많은 사람이 지지하는 방향으로 (공영·민영 형태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엠비시의 주식소유 형태는 공영이지만 주식회사가 공영인 경우는 지구상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이 소유구조 개편 논의 착수를 공식 천명하면서, 공영방송 틀을 유지해온 문화방송의 민영화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이사장은 자신이 밝혀온 ‘문화방송 3단계 민영화 방안’(19개 지역 문화방송 매각 → 매각대금으로 정수장학회 지분 인수 → 방문진 주식 70%를 국민과 우리사주조합에 매각)은 “학자로서의 의견”일 뿐이라며, “방문진 이사들과 엠비시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은 뒤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방송의 순차적 매각과 광역화도 “엠비시 경영 정상화 방안으로 검토할 만하다”면서도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확답을 피했다.
김 이사장은 특히 “엠비시가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며 엄기영 사장을 겨냥했다. 그는 “새 방문진 구성 직후 엄 사장이 밝힌 ‘정도를 가겠다’는 말을 뒤집어 보면 지금까진 정도를 가지 못했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9·20일 엠비시 현황 보고를 받아본 뒤 경영진의 공과를 짚을 것”이라며 엄 사장에게 경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이사장은 또 “엠비시가 겪는 신뢰 위기의 한가운데엔 ‘피디수첩’이 있다”며 “방문진이 편성권을 침해할 순 없지만 방송이 나갈 방향을 포괄적으로 제시할 순 있다”고 밝혔다. 특정 프로그램 제작 방향에 개입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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