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낙하산 내보내고…‘재갈물리기’ 압박.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배석규 사장 직대, 보도국장 일방교체 등 강경조처
종편 진출검토 홍보나서 ‘정권 입맛 맞추기’ 눈총
노조, 불신임 투표로 사쪽 압박 ‘제2사태’ 갈림길
종편 진출검토 홍보나서 ‘정권 입맛 맞추기’ 눈총
노조, 불신임 투표로 사쪽 압박 ‘제2사태’ 갈림길
배석규 대표이사(사장 직무대행·전무)의 초강경 인사와 종합편성채널 진출 검토 공표가 언론법 대치 정국과 맞물리면서 <와이티엔>(YTN) 안팎의 긴장 수위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낙하산 사장’이 물러나자마자 ‘형태를 달리한 와이티엔 무릎 꿇리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구 전 사장 사퇴(3일) 일주일 만에 단행된 보도국장 교체 및 선출제 폐지와 임장혁 ‘돌발영상’ 담당 기자 대기발령(10일)을 두고 와이티엔 사내에선 구 전 사장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배 대표의 ‘승부수’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직무대행의 조처로 보기엔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는 배 대표의 인사권 행사를 ‘정식 사장이 되려는 욕망’에 비춰 읽는 구성원이 많은 이유기도 하다. 한 기자는 “조직을 확실하게 틀어쥐는 모습을 정권에 보여줘 사장 자리를 보장받으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배 대표는 구 전 사장이 선임되던 지난해 사장 공모에 응한 바 있다.
노조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온 김백 전 경영기획실장을 새 보도국장에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 보도국장은 “데스크 권한을 위협하는 쿠데타 세력에 결연하게 맞설 것”이라며 배 대표의 경영 방침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일방적 정부 비판’을 이유로 단행한 임 기자 대기발령은 현 와이티엔 문제를 사내갈등을 넘어 정권 쪽과 연관지어 사고토록 만들고 있다. 노조는 “배 전무는 노사 화합을 이끌 인물이 못 된다”며 ‘사장 불가’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사장직을 향한 배 대표의 향후 발걸음에 따라 와이티엔의 갈등도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와이티엔을 둘러싼 긴장은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보도·종합편성채널 진출을 허용하는 언론법 정국과도 얽혀 복잡한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사내에선 배 대표가 취임 3일째 발표(6일)한 종편 진출 및 소유구조 개편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팀 설치를 두고 “정권과 투자자들을 오판하게 만드는 경솔한 행동”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와이티엔 한 관계자는 “상암동 사옥 이전과 디지털 전환만 해도 돈을 빌려서 해야 할 처지다. 무리한 추진은 경영 위기로 내몰 게 뻔해 ‘종편 불가능’은 내부에선 결론 난 사안이나 마찬가지”라며 “회사가 처한 위기상황을 적극 부각시켜 최대한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현재 와이티엔 상황에선 종편을 하려면 (언론법 국회 통과를 전제로) 민영화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도자료까지 내며 종편 진출 검토를 홍보한 것은 ‘정권 뜻대로 한다’는 좋지 못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와이티엔 주식은 ‘인수합병주’로 분류돼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배 대표도 최근 측근 고위 간부에게 ‘와이티엔이 직접 종편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새 종편이 생기면 콘텐츠를 공급하겠다는 차원’이라고 언급했다”며 “사실상 종편 진출 의사가 없음에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운 것은 사장 대행으로서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배 대표는 그러나 “종편 진출 여부와 방식은 아직 결정된 바 없고, ‘콘텐츠 제공 방식’이 될 것이란 말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배 대표는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해야 와이티엔이 살아남아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찾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며 “민영화 여부 또한 내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팀 논의 결과에 따라 회사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의 강경행보에 대해선 “회사 기강이 바로잡히지 않고선 와이티엔이 정상화되기 힘들다”며 “이후(정식 사장 취임 여부)는 주주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와이티엔이 향후 ‘제2의 와이티엔 사태’로 빠져들지 여부는 17일 사내 기자협회의 ‘임 기자 대기발령 철회 및 보도국장 선출제도 노사 협의’ 요구에 배 대표가 어떤 답변을 내놓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노조는 배 전무가 19일까지 기협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13일 완료한 불신임 투표 결과 발표와 동시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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