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편드는 ‘무리한 논리’ 기사화…무죄 가능성 외면
법원 선고 간략히 처리…편향보도 해명은 전혀 없어
법원 선고 간략히 처리…편향보도 해명은 전혀 없어
‘정연주 무죄’로 본 조중동 보도
“법원이 조정안을 승인하고 권고안을 내어 상대방이 응하는 형태라면 어느 일방에 배임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사법작용의 속성에 비추어 어렵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에 대해 무죄 선고한 이유다.
“정(연주)씨의 행위는 국민에 대한 배임이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공영방송 사장 자리에 계속 놓아둘 수 있겠는가.” 검찰이 기소(2008년 8월20일)도 하지 않았던 지난해 7월19일, 정 전 사장의 배임을 기정사실화하며 해임 요구를 노골화했던 <조선일보>의 사설이다. 법원이 심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언론이 유죄선고를 내린 꼴이다.
검찰의 무리한 법 적용은 사법기관을 자임하는 보수언론의 ‘군불때기’와 ‘지원사격’이 있어 가능했다. 이번 판결은 상식과 합리를 도외시한 보수언론의 ‘정치적 보도행태’를 벌거벗겨 도마 위에 올렸다는 지적이다.
정 전 사장 배임의혹 보도는 검찰이 한국방송 전 회계담당 직원의 고발(5월14일)을 계기로 수사에 돌입한 지난해 6월부터 본격 양산됐다. 한국방송이 1심 재판에서 이겨 2448억원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었는데도, 2심 재판부의 조정을 수용해 556억원밖에 돌려받지 못했다는 게 배임의 근거였다.
검찰이 지난해 6~7월 정 전 사장에게 잇달아 소환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검·언 합작 시스템’은 여지없이 가동됐다. 검찰은 한국방송 전 노조위원장 등의 진술내용을 언론(<동아일보> 2008년 7월4일치, ‘세금환급 소송 취하해 적자 메울 줄은 몰랐다’)에 흘렸고, 조중동은 검찰 관계자의 말을 적극 인용하며 의혹을 부채질했다. 배임을 주장하는 당시 노조 문건을 적극 발굴해 기사화(<조선일보> 7월8일치, ‘케이비에스 적자 사퇴 압력 피하려 정연주 사장, 국세청과 합의?’)하는가 하면, “그 돈(손해 주장 액수)이면 공영방송이라는 문패에 걸맞은 명품 프로그램 수백 편을 만들 수 있다”는 기자칼럼(<중앙일보> 6월27일치, ‘케이비에스 사장 면책특권 착각?’)도 내보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조중동은 검찰 기소를 빌미로 정 전 사장이 정말 배임을 저지른 것처럼 몰고 가며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공조했다”고 비판했다.
‘정연주 비판’ 의견만 받아적은 결과 탄생한 무리한 논리도 적지 않다. 당시 노조와 검찰은 정 전 사장의 법원 조정 수용이 연임을 위한 적자 모면 차원에서 서둘러 이뤄졌다고 강조했으나, 정 전 사장이 국세청의 법인세 추징 통보에 맞서 회사 차원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시점은 취임(2003년 4월28일) 불과 1년(임기는 3년)도 안 된 2004년 2월이었다. 정 전 사장은 올 6월 ‘최후진술’에서 “검찰 주장대로라면 임기 만료 2년여 전부터 연임을 목적으로 소송을 끝내려 했던 셈”이라며 “참으로 해괴한 셈범”이라고 반박했다. 당시는 막 확정된 2003년 회계연도 결산이 288억원 흑자로 나와 적자 논란과도 거리가 있던 시기였다. 결국 법원은 “조정 시기는 노조의 퇴진 압박에 훨씬 앞서는 것”이라며 정 전 사장 손을 들어줬다. 떠들썩하던 조중동의 입은 무죄 판결 후부턴 일제히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세 신문은 판결 소식만 간략하게 전하고, 그간의 공격적 배임 주장에 대해선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박진규 서울여대 교수는 “조중동은 판결보도 기사에서 서술한 법원의 ‘유죄 불가’ 논리를 정 전 사장 해임 과정에선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며 “조금만 법조계 이야기를 들어봤어도 알 수 있는 내용을 아예 귀를 안 기울였거나 알면서도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며 빼버렸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조선의 무죄판결 보도(8월19일치, ‘정연주 전 케이비에스 사장, 배임혐의 무죄 선고’)는 그중에서도 눈길을 끈다. 조선은 무죄 소식을 전하면서도 “피고인이 회사의 이익보다 사장 지위 유지라는 개인적인 목적을 이유로 이 사건 조정에 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는 재판부의 말을 덧붙였다. 정연우 대표는 “조선은 마치 재판부도 정 전 사장에게 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입증을 못해 무죄를 선고했다는 식으로 쓰고 있다”며 “자신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겠다는 매우 악의적인 보도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정연주 비판’ 의견만 받아적은 결과 탄생한 무리한 논리도 적지 않다. 당시 노조와 검찰은 정 전 사장의 법원 조정 수용이 연임을 위한 적자 모면 차원에서 서둘러 이뤄졌다고 강조했으나, 정 전 사장이 국세청의 법인세 추징 통보에 맞서 회사 차원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시점은 취임(2003년 4월28일) 불과 1년(임기는 3년)도 안 된 2004년 2월이었다. 정 전 사장은 올 6월 ‘최후진술’에서 “검찰 주장대로라면 임기 만료 2년여 전부터 연임을 목적으로 소송을 끝내려 했던 셈”이라며 “참으로 해괴한 셈범”이라고 반박했다. 당시는 막 확정된 2003년 회계연도 결산이 288억원 흑자로 나와 적자 논란과도 거리가 있던 시기였다. 결국 법원은 “조정 시기는 노조의 퇴진 압박에 훨씬 앞서는 것”이라며 정 전 사장 손을 들어줬다. 떠들썩하던 조중동의 입은 무죄 판결 후부턴 일제히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세 신문은 판결 소식만 간략하게 전하고, 그간의 공격적 배임 주장에 대해선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박진규 서울여대 교수는 “조중동은 판결보도 기사에서 서술한 법원의 ‘유죄 불가’ 논리를 정 전 사장 해임 과정에선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며 “조금만 법조계 이야기를 들어봤어도 알 수 있는 내용을 아예 귀를 안 기울였거나 알면서도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며 빼버렸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조선의 무죄판결 보도(8월19일치, ‘정연주 전 케이비에스 사장, 배임혐의 무죄 선고’)는 그중에서도 눈길을 끈다. 조선은 무죄 소식을 전하면서도 “피고인이 회사의 이익보다 사장 지위 유지라는 개인적인 목적을 이유로 이 사건 조정에 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는 재판부의 말을 덧붙였다. 정연우 대표는 “조선은 마치 재판부도 정 전 사장에게 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입증을 못해 무죄를 선고했다는 식으로 쓰고 있다”며 “자신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겠다는 매우 악의적인 보도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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