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송ㆍ통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오른쪽부터)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엄기영 MBC대표이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인사회는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걸맞게 방송 및 통신업계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참여해 이뤄졌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방송문화진흥회 새 이사진에게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엄기영 <문화방송>(MBC) 사장이 31일 ‘엠비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이 중심이 돼 문화방송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하면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엄 사장은 이날 오전 발표한 담화문에서 “지금까지 안주해 오던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되게끔 상황이 바뀌었다”며 ‘뉴 엠비시 이노베이션 플랜’(새로운 엠비시 혁신 방안)을 천명했다. 그의 담화문은 여당 쪽 방문진 이사들이 강하게 문제제기한 ‘프로그램 공정성’과 ‘노조의 경영 참여를 일부 보장하는 단체협약’ 사안을 고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엄 사장은 “공정성이 미흡한 프로그램은 전파를 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다”며 “제가 중심이 된 ‘리뷰 보드’ 같은 것을 상설 운영하고 그동안 안팎으로부터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공정성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시대 변화에 따라서 노동조합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졌다”며 “단체협약에 책임경영을 제약하는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고치겠다”고 말했다.
엄 사장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방침도 공표했다. 그는 “콘텐츠 중심으로 조직과 예산을 재편하고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부분은 과감하게 개편해야 한다”며 “엠비시의 미래를 위해서 노와 사, 전 구성원이 참여하는 전사적인 ‘미래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사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으로 듣고 있다.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엠비시의 독립성과 구성원들의 자존심, 또 공영방송 수장이라는 책무, 그리고 모든 결정이 선례로 남게 된다는 점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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