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종편에 ‘황금채널’ 특혜 주나
* SO : 종합유선방송사업자
* SO :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정부는 새 종합편성채널에 끝내 ‘황금채널 번호’를 선물할까? 지난달 27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신규 종편 사업자 채널지정 지원’ 발언을 신호탄으로 새 종편에 접근성 높은 앞 번호 채널을 줘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7월26일 “방통위가 무슨 근거로 채널을 어디다 두라 하겠느냐”며 채널 지정 가능성을 일축했던 최 위원장이 한 달 새 말을 바꾸자마자 일부 신문과 학자들이 공개적으로 ‘채널 특혜’를 요구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시중 위원장 “채널 지원” 발언뒤 일부신문 여론몰이
방송법에 개입근거 없어…‘SO 영업자유 박탈’ 비판도 장대환 회장이 직접 종편 추진팀을 지휘하고 있는 <매일경제>는 지난달 28일 사설에서 “(종편 채널에) 한 자리 숫자나 최소한 10~20위권 번호를 줘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주문했다. 같은 날 한국언론재단이 연 세미나에서 윤석민 서울대 교수도 “지상파 방송이 집중 배치된 2~13번 사이에 (종편) 채널이 들어간다면 굉장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 발언이 있던 날 하루 전엔 황근 선문대 교수가 특정 장르 채널들을 같은 번호대역에 배치하는 채널연번제 도입을 주장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특정 시기에 서로 짜기라도 한 듯 채널 지정 요구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것을 보면서 정권에서 이미 결정한 뒤 여론몰이에 들어간 것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받았다”고 말했다. 관건은 방통위가 채널을 지정할 권한이 있느냐 여부다. 현재 채널 편성권은 에스오(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고유 권리로 인식돼 있고, 현행 방송법에도 방통위가 채널 편성에 개입할 근거가 없다. 방송법은 에스오가 따라야 하는 종합편성·보도·공공·종교·지역채널 의무 편성 규정과 국내 방송 프로그램 및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편성비율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다. 방통위가 무리하게 법 개정을 시도할 경우 에스오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케이블업계 한 관계자는 “피피(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쪽에선 채널이 고정돼 버리면 향후 좋은 채널에 진입할 가능성이 원천 봉쇄된다.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누가 봐도 채널 지정을 법적으로 강제할 순 없다”고 단언했다. 위헌 논란도 예상된다. 한국케이블티브이(TV)방송협회 관계자는 “종편을 의무 재전송하는 것만도 특혜인데 유리한 번호까지 준다는 것은 헌법소원감”이라며 반발했다. 실제로 2003년 정부가 홈쇼핑 채널들만 앞 번호에 배치하는 게 문제가 있다며 채널 편성권을 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추진했으나, 에스오의 편성권과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 끝에 좌절된 바 있다. 에스오들은 지상파에 인접한 ‘황금채널’을 배정받은 홈쇼핑 사업자들로부터 채널당 연간 800억~1000억원을 수수료로 받고 있다. 새 종편을 밀어 넣으려면 기존 홈쇼핑 사업자들부터 몰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특정 사업자를 도와주기 위해 다른 사업자를 끌어내린다는 것부터 시장경쟁 체제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방통위도 법 개정이 채널 지정의 전제조건임을 인정하고 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채널 지정에 정부가 간섭할 권한은 없다. 국회가 방송법을 개정해줘야 가능하다”며 “(최 위원장 방침은) 워낙 조심스러운 문제라 (법 개정을 포함해) 추진할지 말지 여부는 말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최시중 위원장의 발언이 종편에 유리한 채널을 주기 위해 방송법 개정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법 개정 작업이 벽에 부닥칠 경우 방통위가 모법을 바꾸지 않고도 채널 지정이 가능한 방안을 찾을 것이란 견해도 제기된다.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방송법엔 방통위의 채널 편성권 행사 조항이 없지만 에스오에 배타적 채널 편성권 부여 조항도 없다”며 “방통위가 시행령에 유사 채널끼리 한데 묶는 방식으로 채널을 지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다른 피피들이 에스오에 진입하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종편을 의무 재전송하고 채널까지 지정하는 것은 엄청난 특혜이자 시장경제를 거스르는 심각한 조처”라고 지적했다.
박창섭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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