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부자 미디어와 가난한 민주주의

등록 2009-11-01 19:33

부자 미디어와 가난한 민주주의
부자 미디어와 가난한 민주주의
‘조중동 방송’이 가져올 가까운 미래는…




헌법재판소의 신문·방송법 가결 선포 무효화 청구 기각 이튿날(10월30일)부터 방송통신위원회가 ‘자본권력+신문권력=조중동 방송’이란 ‘언론지형 지각변동 공식’의 현실화 작업에 돌입했다. 방통위의 새 방송사업자 선정 결과가 ‘조중동 방송’으로 귀결되면, ‘언론지형 재편→여론다양성 위축→사회적 약자 목소리 공론장 퇴출’의 연쇄작용이 곧바로 가시권 안에 들게 된다.

대기업 자본 ‘밑천’…자본권력이 언론 통제
사회적 약자 외면, 비판기능 상실 불보듯
정권은 각종 특혜 약속 ‘시장왜곡’ 부채질

‘조중동 방송’이 한국 사회에 던질 1단계 충격은 ‘언론산업 왜곡’이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는 “새 종합편성채널들이 이미 포화상태인 광고시장을 압박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언론산업 전반을 뿌리부터 흔들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제한된 국내 산업 및 방송시장 규모에서 정부의 광범위한 지원을 받는 종편 등장은 정부·여당 ‘희망’처럼 ‘새 시장 창출’보다 ‘기존 시장 왜곡·잠식’으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케이블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 등장한 종편이 뜻대로 수익을 내지 못할 때 가장 걱정되는 점은 방송시장이 뒤틀리는 것”이라며 “조중동이 생존을 뒷받침해 줄 특혜를 달라고 닦달하면 견디다 못한 정부는 온갖 지원책을 끌어다 줄 것이다. 공정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내다봤다. 우려는 현실의 문턱까지 와 있다. 한나라당과 방통위가 세제지원 및 채널배정 등의 새 방송사업자 지원책을 거론하면서 정부·여당이 앞장서 시장질서를 훼손하려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민영미디어렙 도입과 신문잡지부수공사기구의 ‘시행세칙’ 개정(신문 유가부수 기준을 구독료 정가의 80%에서 50%로 변경)도 종편 도입과 짝을 이뤄 시장왜곡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대 미디어행동 사무처장은 “정부·여당 언론법의 기본 방향은 ‘살릴 매체만 살린다’로 요약된다”며 “조중동 종편과 민영미디어렙은 나머지 신문과 지역언론을 고사시켜 공공성과 다양성 해체를 가속화할 게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언론시장 왜곡이 파생시키는 2단계 충격은 언론계를 넘어 한국 사회 전반을 파고들 전망이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대기업 자본을 근간으로 하는 ‘조중동 방송’은 자본논리를 대변하는 경향을 더욱 노골화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사회 이슈를 자본의 시각에서 해석하면서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판기능이 거세된 언론은 선정성 경쟁으로 치달을 개연성이 높다. 문종대 동의대 교수는 “자본권력과 언론권력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장기적으론 자본권력이 언론을 제어하게 될 것”이라며 “자본에 압도당한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은 비판적 이슈를 피해가며 상업적 호기심으로 국민을 탈정치화시키는 것 뿐”이라고 분석했다.

전례는 충분하다. 신문들이 소유한 민영방송이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를 포위한 일본에선 정치·사회적 의제가 논쟁 수면으로 떠오르지 못한 채 자민당 장기집권이 50년 이상 지속됐다. 프랑스의 옛 공영방송 <테에프1>은 1987년 건설재벌 부이그 그룹에 매각된 뒤 시사 프로그램을 줄이고 오락 프로그램을 늘리면서 비판기능이 현저히 저하됐다. 국내에서도 1966년 삼성 계열사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사건 당시 <중앙일보> 소유의 <동양방송>(TBC)이 침묵 혹은 비호 보도를 했던 일은 향후 중앙 소유 방송의 논조를 예견케 한다. 90년 민자당이 새 지상파 민방을 허용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때 ‘방송의 사영화가 편성 독립을 침해한다’(11월2일치 3면 기사)며 비판했던 <동아일보>는 헌재 결정 이튿날 사설(‘미디어법의 국민 위한 효과 극대화해야’)에선 ‘새 방송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방송채널 선택의 폭을 넓힌다’며 환호했다. ‘조중동 방송’ 출현이 ‘부자 미디어와 가난한 민주주의’를 상징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경험적 배경’이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향후 언론계와 언론전문가들은 ‘조중동 방송’ 등장으로 벼랑 끝에 내몰릴 미디어공공성의 수호를 최우선 과제로 안게 됐다”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