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홈쇼핑’ 논의 가속…‘황금채널 종편’ 포석 놓나
방통위, 중소기업 전용방송 도입 검토…여당은 토론회도
채널연번제 통해 ‘홈쇼핑 뒷번호·종편 앞번호’ 배정 가능성
“수수료 과도한 기존 홈쇼핑 관행 바로잡는 게 우선” 지적
채널연번제 통해 ‘홈쇼핑 뒷번호·종편 앞번호’ 배정 가능성
“수수료 과도한 기존 홈쇼핑 관행 바로잡는 게 우선” 지적
정부·여당이 중소기업 전용 신규 홈쇼핑 채널 도입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언론계의 의구심도 쑥쑥 자라고 있다. 새 홈쇼핑 도입이 ‘종합편성채널 앞번호 배정’을 위한 ‘채널연번제’(같은 성격의 채널끼리 묶어 배치) 시행의 ‘수순 밟기’란 의혹의 시선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연번제 도입을 법적으로 강제할 순 없지만 도입 검토는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 도입은 정부-여당-이해당사자가 ‘3각 편대’를 이뤄 논의를 이끌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2일 출범한 종편·보도채널 선정 태스크포스팀에서 신규 홈쇼핑 채널 도입 검토에 착수했고, 조만간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홈쇼핑 채널 제도 연구반’을 꾸린다는 방침이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도 때맞춰 토론회(11일 국회 의원회관, ‘중소기업 전용 티브이(TV) 홈쇼핑 왜 필요한가’)를 열어 신규 홈쇼핑 도입 여론몰이에 나섰다. 진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 때 발간한 정책보고서에서도 정부가 새 홈쇼핑에 좋은 채널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현재 방통위가 종편과 보도채널을 도입하면서 새 채널정책을 짜고 있다”며 “타이밍상 홈쇼핑 채널번호 측면에서도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김영관 방통위 방송채널정책과장은 “새 홈쇼핑이 들어오면 좋은 번호를 주고 기존 홈쇼핑과 묶는 방안이 쉽진 않으나 중소기업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최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도 “법적으로 강제할 순 없고 종편 지원 차원도 아니지만, 채널연번제 도입을 검토할 순 있다”며 여지를 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6일 최시중 위원장을 방문해 전용 홈쇼핑 채널 설립을 공식 요청했고, 최 위원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신규 홈쇼핑 도입 논의가 정부의 ‘방송채널 정책 재조정’이란 틀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통위가 종편 도입 태스크포스팀에서 홈쇼핑 정책을 함께 다루는 이유를 한나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종편 도입 시기에 맞춰 정부가 채널 정책을 전반적으로 다시 짜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 케이블방송사 이사는 “종편을 따내는 사업자는 가장 좋은 채널번호인 8번 혹은 10번을 얻기 위해 사활을 건 로비를 벌일 것이고, 정부·여당은 종편 채널배정에 설득력을 부여하려 신규 홈쇼핑 도입을 통한 채널연번제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새 홈쇼핑을 만들어 지상파방송 앞뒤 번호에 배치된 기존 홈쇼핑 채널과 묶어 뒷번호대로 옮기고, 해당 번호에 새 종편을 넣어 ‘황금채널’을 보장할 것이란 얘기다. 최 위원장은 지난 8월 말 기자회견에서 ‘종편 채널배정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기존 5대 홈쇼핑이 중소기업에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고 중기 제품 편성에 소홀하다면, 부당한 수수료 관행을 바로잡고 편성 기준을 강화해서 풀 수 있다. 무엇보다 성격이 변질된 롯데홈쇼핑부터 바로잡는 것이 순서”라며 “정부·여당의 새 채널 도입 논의는 종편을 위한 연번제 추진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06년 우리홈쇼핑을 인수해 명칭을 바꾼 롯데홈쇼핑은 애초 중소기업 몫이던 우리홈쇼핑의 설립 취지를 희석시켜 대기업 위주로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채널연번제 도입이 ‘방송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5대 홈쇼핑이 매년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스오·SO)에 지불하는 6·8·10·12번 채널 사용료는 약 3570여억원에 달한다.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는 “채널연번제가 도입되면 에스오의 수입은 2분의 1로, 기존 홈쇼핑의 수입은 3분의 1로 급감한다”며 “피피(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주는 콘텐츠 사용료 지급 기반이 무너져 유료방송 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채널연번제 도입은 에스오의 권리에 해당하는 부분이어서 회의적”이라면서도 “방통위와 에스오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방통위에 공을 넘겼다. 민주당도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문방위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홈쇼핑 채널 추가 허용을 ‘종편 황금채널 부여’의 지렛대로 삼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며 “빠르면 이달 안에 민주당 안을 담은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진 의원은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채널연번제 도입은 에스오의 권리에 해당하는 부분이어서 회의적”이라면서도 “방통위와 에스오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방통위에 공을 넘겼다. 민주당도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문방위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홈쇼핑 채널 추가 허용을 ‘종편 황금채널 부여’의 지렛대로 삼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며 “빠르면 이달 안에 민주당 안을 담은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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