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KBS 사장 최종후보
이사회, 야당 이사들 기권속 선출
대통령 선거참모 출신인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이 <한국방송>(KBS) 새 사장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지난해 언론특보였던 구본홍씨의 <와이티엔>(YTN) 사장 선임이 촉발한 극심한 갈등이 한국방송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던 인사가 한국방송 사장 입성에 성공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언론고문을 지낸 서동구씨에 이어 두번째다. 당시 서씨는 사장 임명 이후 노조의 강한 반발로 9일 만에 물러났다. 김 회장은 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방송발전전략실장을 지냈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19일 5명의 사장 후보자를 상대로 비공개 면접을 본 뒤 김 회장을 최종 후보로 선출했다. 애초 한국방송 안팎에선 이병순 현 사장의 연임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실제 결과는 김 회장에게 여당 이사들 표 대부분이 쏠렸다. 오후부터 사내에선 “청와대가 김인규로 돌아섰다”는 소문이 급하게 돌았다. 야당 이사들은 모든 투표 절차에서 기권했다.
1차 투표에서 여당 이사 7명의 표는 김인규 5, 이병순 1, 강동순 1로 나뉘었다. 차점자를 뽑기 위해 치러진 2차 투표에선 이병순·강동순 후보가 각각 6표와 1표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서 김 회장은 6 대 1로 이 사장을 눌렀다.
‘엠비 선거참모’의 공영방송 사장 선임으로 한국방송은 ‘제2의 와이티엔 사태’로 치닫고 있다. 한국방송 노조는 이사회 결정 직후 성명을 내어 “케이비에스 노조는 총파업으로 배수진을 치고 정권의 하수인 김인규가 청정지대 케이비에스에 단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23일 오후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총파업 투표 일정을 잡고 곧바로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김 회장의 사장 임기가 시작되는 24일부터 출근저지 투쟁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한국방송 피디협회도 노조의 투쟁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이사회는 20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 회장을 새 사장으로 임명제청한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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