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보도·편성권 장악 노려…MBC ‘코드 방송’ 압박

등록 2009-12-10 19:02수정 2009-12-10 22:32

이근행 <문화방송> 노조위원장(뒷줄 가운데 말하고 있는 이)과 노조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회의실에서 김우룡 이사장(왼쪽 뒷모습) 등 방문진 이사들에게 “이사회가 잘못된 선택을 내릴 경우 파국을 부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 등 경영진의 재신임 여부를 논의하려고 열린 이 임시이사회에서 송재종 보도본부장 등 4명의 임원이 해임됐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근행 <문화방송> 노조위원장(뒷줄 가운데 말하고 있는 이)과 노조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회의실에서 김우룡 이사장(왼쪽 뒷모습) 등 방문진 이사들에게 “이사회가 잘못된 선택을 내릴 경우 파국을 부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 등 경영진의 재신임 여부를 논의하려고 열린 이 임시이사회에서 송재종 보도본부장 등 4명의 임원이 해임됐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방문진, 임원 4명 해임]
피디수첩 등 비판 프로그램 손본 뒤 ‘급격한 보수화’ 우려
엄사장 유임됐지만 ‘코드 이사’ 포진땐 입지축소 뻔해
10일 이뤄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문화방송>(MBC) 경영진 일부 해임은 보도와 프로그램 편성권을 사실상 손에 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방문진이 ‘문제 방송’을 손보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문화방송 보도 내용의 급격한 보수화가 우려된다.

이사회의 결정은 한마디로 ‘엄기영 사장은 살리고, 보도·제작 책임자는 바꾼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엄 사장 유임은 여론의 반발을 의식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엄 사장을 해임했을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초래될 여론 악화가 여권으로선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게 문화방송 안팎의 중론이다. 또 지금으로선 엄 사장을 대신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엄 사장 유임 배경으로 꼽힌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엄 사장을 바꾸면 새 사장을 임명해야 하는데 그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엄 사장처럼 인지도가 있으면서 정권에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영 부사장은 엄 사장이 유임되면서 대신 ‘총체적 책임’을 진 성격이 짙다.

방문진의 ‘숨겨진 의중’은 송재종 보도본부장과 이재갑 티브이(TV) 제작본부장을 해임한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방송사 성격을 규정짓는 보도·제작 편성권을 틀어쥐면서 내용적으로 문화방송 색깔을 바꾸기 위한 토대를 놓으려는 의도란 비판이 거세다. 방문진은 새 이사진 출범 초기부터 문화방송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의 정부 비판적 내용을 ‘왜곡·편파방송’이라 공격하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한나라당 추천을 받은 김광동 이사는 보도본부의 ‘뉴스데스크’, ‘시사매거진 2580’, ‘뉴스 후’와 제작본부의 ‘피디수첩’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방문진의 차기환 이사(이사회 대변인)는 ‘해임 임원 결정에 뉴스와 프로그램 평가가 반영됐느냐’는 질문에 “표결 결과가 말해준다”는 말로 이런 점을 에둘러 인정했다. 방송에 직접 관여하는 자리가 아닌 기획조정실장과 감사, 기술본부장이 유임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엄기영 사장의 입지는 한층 축소될 게 분명하다. 차기환 이사는 “후임 이사는 엄 사장과 김우룡 이사장, 정수장학회 이사가 모여 각계 의견을 신중히 고려해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문진은 핵심 경영진을 자기 뜻에 맞는 사람들로 구성해 엄 사장을 포위하면서 권력의 입김이 관철되는 시스템을 갖추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엄 사장을 향한 문화방송 구성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최고 인사권자가 부하 직원들의 희생으로 살아남는 형국이 되면서, 노사가 똘똘 뭉쳐 정권 압력에 맞서던 ‘저항 대오’에도 적잖은 상처가 나게 됐다. 당장 노조는 “방문진의 재신임을 받은 엄 사장을 더이상 공영방송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모든 노사관계를 단절하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애초 엄 사장의 사직서 제출 자체가 본인의 사퇴와는 무관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이야기도 사내에선 나온다. 엄 사장은 임원들의 사직서를 받은 지난 4일 방문진을 찾아가 김우룡 이사장을 독대한 바 있다. 이때 이미 유임을 언질받았으리란 관측이 제기된다.

문화방송 사장을 지낸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방문진의 재신임을 받은 엄 사장이 앞으로 이사회 압력으로부터 공영방송 독립을 지키며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며 “방문진으로부터 어떤 압력을 받았는진 모르겠으나 사표를 내지 않고 끝까지 버텼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문영 송호진 기자 moon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