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문화방송> 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만난 뒤 호텔을 나서고 있다. 이날 이곳에서 예정됐던 <문화방송> 임원 선정을 위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열리지 못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MBC 본부장 선임 위한 이사회·주총 무산
엄 사장 인선안 제시했지만
방문진 “협의한 것과 달라”
엄 사장 인선안 제시했지만
방문진 “협의한 것과 달라”
<문화방송>(MBC) 본부장 선임을 위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 및 임시 주주총회가 노조 저지와 엄기영-김우룡 간 견해차로 무산됐다. 방문진 이사회는 15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최근 해임한 본부장 4명을 대신할 새 임원을 정할 예정이었으나, 노조가 이사들의 호텔 출입을 막으면서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방문진 대변인 차기환 이사는 “노조의 위법적인 물리력 행사로 이사회 성원이 되지 않아 방문진 이사회가 연기됐다. 깊은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사회 무산으로 낮 12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릴 계획이던 임시 주주총회도 연기됐다. 방문진은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이사회 및 주총 일정을 다시 잡는다는 방침이다. 이사회 무산은 형식적으로는 노조 저지 때문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과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 간의 의견 불일치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오전 8시10분께 호텔에 도착한 엄 사장은 앞을 막아선 이근행 노조위원장에게 “(김 이사장의) 요구를 다 뿌리쳤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관철하겠다”고 말한 뒤 안으로 들어갔고, 노조 집결 전에 미리 도착해 있던 김 이사장과 일부 이사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엄 사장이 전날 밤늦게까지 김 이사장과 논의해 추린 임원 명단을 거부하고 새 명단을 제시하면서, 결국 최종 합의가 결렬됐다. 차 이사는 “전날 협의를 통해 (엄 사장과 김 이사장이) 단일안에 이르렀고 (김 이사장이) 상당 부분 엄 사장 요구를 수용했음에도 엄 사장이 (4명) 전원의 명단을 다시 제시해 단일안 마련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성명을 내어 “김 이사장은 어제만 해도 엄 사장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더니 오늘 아침 엄 사장의 인선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사회를 결렬시키고 임시주총도 연기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김 이사장은 전날 ‘엄 사장 의견 존중’ 및 ‘학연·지연 배제’라는 인선 원칙을 약속한 바 있다. 엄 사장의 행동이 ‘더이상 방문진 요구대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최근 엄 사장과 통화한 전직 방문진 이사는 “엄 사장이 ‘4명의 임원 선임에서 내가 선택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는 말로 들릴 수도 있는데, 진심인지 사내외 반발을 의식한 ‘보여주기’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노조는 지난 10일 방문진의 엄 사장 유임 결정 직후부터 엄 사장을 ‘식물 사장’으로 규정하고 ‘모든 노사관계 단절’을 선언한 상태다. 소문처럼 방문진의 뜻이 관철되는 형태로 새 본부장이 채워질 경우 ‘엄 사장 퇴진’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문소현 노조 홍보국장은 “누가 본부장으로 오든 방문진으로부터 승인받은 낙하산일 수밖에 없다”며, 새 본부장들이 자진사퇴할 때까지 반대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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