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한국방송(KBS) 기자협회가 최근 발행한 기자협회보에서 지난 1년 동안 자사 뉴스가 정권 편향적 뉴스를 내보냈다며 비판했다. 마침 회사 쪽도 뉴스 개선을 위한 구체적 작업에 착수한다고 선언했다. 방향은 다르지만 보도 실무진과 경영진 모두 자사 뉴스가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비단 ‘한국방송’뿐만 아니라 ‘한국의 방송’ 저널리즘 전반은 고쳐야 할 특성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심층성이 부족한 것인데, 이는 도식적인 뉴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메인 뉴스는 방송시간이 길지만 뉴스 아이템이 많다 보니 개별 뉴스 길이는 매우 짧다. 뉴스 리포트는 보통 7문장의 기사와 2개의 인터뷰로 구성되는데 방송사에 갓 입사한 수습기자도 쉽게 작성할 수 있을 정도다. 김인규 사장이 최근 해법으로 내세운 것이 “앵커가 7~8개의 뉴스를 심층적으로 전달하는 엔에치케이(NHK) 방식”이라고 한다. 아이템을 줄이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나 기자가 아닌 앵커가 뉴스를 전달해야 전달력이 있다는 것은 검증된 바가 없다. 물론 ‘강유미 기자’가 흉내 내듯이 “고함치며 주문을 외우는 듯한 음조로 상투적 표현을 남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비단 기자만의 것이 아니라 유명 앵커들에게도 흔히 발견된다.
심층성은 동서를 막론하고 모든 언론이 다시 찾고 싶은 보물과 같은 것이다. 이는 말 그대로 ‘깊이’를 뜻하는데, 뉴스를 다루는 방식뿐만 아니라 선택된 주제 자체의 심층성도 중요하다.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표피적인 사건을 깊이 있게 다룬다고 해서 이것이 심층 보도가 될 수는 없다. 공원 야바위꾼의 행태를 깊이 있게 다루는 것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심층보도는 아니다. 반대로 유명 로펌의 사회적 문제점을 파고들어갔다면 이는 전형적인 심층보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주제라도 사안의 본질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만을 다룬다면 아무리 길다고 해도 이 또한 심층보도라고 할 수 없다. 용산참사에서 언제 어떻게 과격시위가 일어났고, 이에 대해 경찰이 어떻게 대응했고, 하는 식의 보도는 심층보도가 아니다. 사건의 원인이 되었던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파헤쳐 들어가는 것이 심층보도일 것이다. 매일 새로 발생하는 사안을 다루는 정규 뉴스에서 심층성을 충분히 담보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추적 60분’, ‘시사기획 쌈’ 등 별도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다.
또다른 중요 과제는 ‘공정성’인데, 김인규 사장은 이것이 ‘사실성’과 ‘형평성’으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여기서 ‘공영방송’의 형평성이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것을 뜻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공영방송의 이념 자체가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된 시각을 갖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은 ‘자본’과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 즉 서민의 편에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세금과 달리 수신료는 가난한 사람도 대재벌과 같은 금액을 낸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이 훨씬 많이 내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도 공영방송은 눈을 더욱 아래로 향하여 민주와 평등의 문제에 주목할 수밖에 없고, 서민과 약자에게 기우는 진보적 ‘형평성’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김 사장은 수신료 인상을 내년도 최우선 사업으로 꼽았다고 한다. 수신료의 가치는 보도의 ‘진정한’ 심층성과 형평성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바란다.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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