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 인터뷰
“엄기영사장 사실상 사퇴 유도
MBC장악 다급해졌기 때문”
“엄기영사장 사실상 사퇴 유도
MBC장악 다급해졌기 때문”
이근행 <문화방송>(MBC) 노조위원장은 8일 벌어진 ‘보궐이사 선임 사태’를 “정권에서 엠비시를 얼마나 부담스러워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문화진흥회 여당 이사들이 엄기영 사장의 뜻을 무시한 채 강행한 이사 선임을 “엠비시 장악이 다급해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여당 이사들의 임원 선임을 ‘사실상의 엄 사장 자진사퇴 유도’라고 봤다. 그는 “지난해 12월 방문진이 엄 사장을 재신임했다면 사장 뜻대로 경영진을 꾸릴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 당연한데도, 엄 사장의 본부장 인선안을 지속적으로 묵살했다”며 “방문진이 엄 사장 의사를 무시하며 감행한 인사는 ‘엄 사장보고 나가란 소리’와도 같다”고 말했다.
“재신임 두 달 만에 엄 사장을 해임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이해받기 어렵다. 엄 사장을 주총에서 일방적으로 해임할 경우 여권이 져야 할 부담은 훨씬 커진다. 해임보다 자진사퇴로 몰아가는 게 더 효과적이다.”
그는 정권 강경파의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세종시 논란의 불리한 결말과 지자체 선거 이후의 수세 국면 가능성을 고려해 “무모한 방송장악의 대가가 적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엠비시를 틀어쥐고 가자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10일 김 이사장이 여당 이사들과 합의한 인선안을 이사회 하루 앞에 자진 취소한 일도 문화방송 본부장 인선에 정치권이 깊숙이 개입해 있는 방증으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자진사퇴한 엄 사장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방문진의 임원 선임에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천명하고 엠비시가 처한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려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당분간 엠비시는 경영 부재의 상황으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벌써부터 엠비시 주위에선 후임 사장으로 누가 온다는 설이 파다하다”며 “한국 공영방송의 마지막 보루로서 정치권력으로부터 엠비시의 독립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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