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종편, 시대 뒤떨어져”
고흥길 “숫자 중요하지 않아”
고흥길 “숫자 중요하지 않아”
한나라당의 언론법 강행처리 후 1년 동안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역설적이게도 언론법 날치기 주체들의 말과 논리다.
지난해 언론법 강행처리를 주도했던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당시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장)은 최근 들어 “종편은 시대에 뒤떨어졌다. 미디어산업발전에 도움이 되겠냐”며 종편 선정 원칙으로 ‘준칙주의’(자격되는 사업자에게 모두 허용)를 설파하고 있다. 앞서 그는 “(언론법 개정이) 대기업의 자본을 이용해 산업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것”(2008년 12월 <한겨레> 인터뷰)이라고 했다가, 지난해 1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 왜곡 논란 전후론 “여론 다양성이 첫 번째이며 산업적 효과는 부수적”이란 태도를 취해왔다. 지난해 문방위원장이었던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종편)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몇 개라고 정하고 들어가는 것은 인위적”(지난달 <서울신문> 인터뷰)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 의원의 ‘종편 무용론’은 종편 허용이 ‘미디어산업발전’과 ‘지상파 독과점 해소’에 주춧돌이 될 것이라던 한나라당의 ‘날치기’ 논리와 배치되는 주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언론법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대통령과의 원탁대화’)이라고 했고, 2월엔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방송분야에서만 당장 2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강조했다. 온통 ‘장밋빛’ 일색이었다.
여권 주역들이 동원한 ‘언어적 수사’에서 급격하게 ‘기름기’가 빠진 것을 두고,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지상파방송이 순치된 마당에 종편은 ‘계륵’이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정권이 눈의 가시라고 여겼던 지상파가 지금 ‘초록은 동색’이 됐다. 정 의원이 ‘지상파 여론독과점 해소’ 목적이 달성됐는지 언급도 없이 ‘종편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말바꾸기는 애초 종편 도입이 목적이 아니었음을 고백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상파 장악을 통한 ‘집권에 유리한 여론조성’이 본래 의도였던 만큼, 28일 재보궐 선거 뒷수습 후엔 지상파 소유구조 개편 작업에 다시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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