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승인 기본계획 주요내용
방통위 기본계획 뜯어보니
방송통신위원회가 17일 발표한 ‘종합편성채널 도입 기본계획안’은 핵심 알맹이를 모두 추후 결정사항으로 넘겼다. 9개월 넘게 ‘철저한 기밀주의’ 아래 준비해온 실무진이 ‘논란의 지뢰밭’ 대부분을 ‘복수안’ 혹은 ‘가이드라인’ 형태로 피해간 셈이다. 단일안을 담을 경우 종편 희망 사업자와 종편 반대론자 양쪽으로부터 쏟아질 ‘비판의 포화’를 의식한 흔적이 역력하다.
찬찬히 뜯어보면 향후 첨예한 논란이 제기될 지점들도 적지 않다. 일단 방통위가 사업자 개수로 내놓은 ‘2개 이하’ 혹은 ‘3개 이상’이란 안부터 의구심을 자아낸다. ‘1개’는 안에서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복수 사업자 선정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방통위가 1개 선택했을 경우 발생할 특혜시비와 3개 이상 허용했을 경우의 시장 파탄 논란을 피해가겠다는 뜻’이란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 방송시장이 1개 이상의 종편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방통위가 종편 사업자의 최소 납입 자본금을 1년간 영업비용 예상액인 3천억원으로 제시(2안으론 ‘자본금 규모를 특정하지 않고 각 사업자가 제출한 자본금 비교 평가’ 방식 제시)한 것도 주목 대상이다. 방송계에선 사업자의 생존 능력을 가늠하려면 최소 3년 동안 버틸 수 있는 자본금이 확보돼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자본금 1400억여원으로 출발해 설립한 지 만 3년이 채 안 된 지금 자본금을 까먹으며 버티고 있는 <오비에스>(OBS)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전문가들은 ‘자본금 3천억원’을 두고 ‘씨제이미디어급 종편 3개 이상 출현’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지만, 방통위 내엔 <에스비에스급>(SBS) 급으로 2개 허용할 수 있는 자본금이란 시각도 있다.
비계량적 심사기준에 높은 점수를 주는 배점 방식도 방통위의 자의적 선택의 가능성을 높였다. 방통위는 5가지 심사사항 중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가능성’과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에 1~2번째 많은 점수를 할당했다. 계량평가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조직 및 인력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과 ‘재정 및 기술적 능력’은 3~4 순위로 밀려났다. 계량화하기 힘든 기준에 높은 점수를 줄수록 ‘정치적 개입’의 공간이 커질 수밖에 없다.
종편 컨소시엄별 중복 투자 허용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을 두곤 자본 변별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는 ‘한 신청법인에 5% 이상 지분을 참여한 동일인이 다른 신청 법인에 일정 비율 이상 참여하는 것을 금지 또는 감점 처리하는 방안’(1안)과, ‘동일인이 복수의 신청 법인에 중복 참여하는 것을 허용(2안)하는’ 두 안을 내놨다. 특정 법인이 여러 컨소시엄에 동시에 참여할 경우 컨소시엄간 자본 구성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동안 자본력에 한계가 있는 신문들은 기업의 자본 투자를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업계에선 다수의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의 ‘보험성 중복 투자’로 특정 컨소시엄 참여에 따른 부담을 줄이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형편이다.
방통위 기본계획은 동일한 사업자가 종편과 보도채널에 동시 신청도 가능하게 했다. 모두 선정될 경우 한 개 사업자 승인 신청은 철회한다는 조건을 달았으나, 종편 경쟁에서 탈락한 사업자에게 보도채널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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