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등 야 6당과 전국언론노조 등 560여 환경·언론·시민운동단체가 23일 저녁 7시부터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MBC) 앞에서 연 ‘4대강 진실은폐 규탄과 피디수첩 방영촉구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촛불을 켜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4대강편 사전시사 뒤 결론…일부 표현 수정키로
김재철 사장 ‘직접 확인’ 고집…방영 변수 될수도
김재철 사장 ‘직접 확인’ 고집…방영 변수 될수도
지난 17일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 등 경영진의 ‘방송 보류’ 결정으로 불방된 ‘피디수첩’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에 대해 엠비시 고위 간부들이 사전 시사를 한 뒤 일부 표현에 대한 수정·보완을 전제로 “정상 방송을 해도 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김재철 사장이 이런 견해를 최종 수용할 경우 ‘4대강’ 편은 24일 밤 11시15분 방영된다.
하지만 김 사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수정·보완된 최종 편집본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어 방영 여부 결정에 변수로 작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엠비시 노조와 피디수첩 제작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프로그램 실무책임자인 김태현 피디수첩 책임피디와 담당 본부장인 안광한 편성본부장, 조중현 티브이제작본부장, 이주갑 시사교양국장, 백종문 편성국장 5명이 참석한 가운데 피디수첩 ‘4대강’ 편에 대한 설명회 형식의 ‘사전 시사’가 이뤄졌다.
사전 시사는 이날 오전 “피디수첩 방송에 대한 설명회를 하자”는 안 편성본부장의 전격 제안으로 성사됐다. 그동안 피디수첩의 결방 원인이 경영진의 ‘사전 시사’ 요구였던 만큼 고위 간부들이 김 사장의 위임을 받는 형식으로 절충점을 찾아 ‘사전 시사’가 진행됐다고 엠비시 관계자는 전했다. 참석자들은 ‘4대강’ 편을 본 뒤 “큰 틀에서 방송을 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일부 자막과 내레이션 용어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반론권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보강하라는 간부들의 지적이 있었고 제작진은 이를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4대강’ 편의 방송을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사쪽은 이날 오후 6시 배포한 ‘피디수첩 방송 관련 문화방송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담당 본부장의 지시대로 수정, 보완이 이뤄지면 김재철 사장이 이를 보고 방송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숙 엠비시 홍보국장은 이에 대해 “사장의 권한을 위임받은 본부장이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정, 보완 지시했다면 한 치의 의심이 없도록 당연히 그 부분을 (사장이) 확인해야 한다”며 “확인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사장의 사전 시사 요구가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음을 내비친 것이다.
피디수첩 제작진은 새로 들어온 제보를 바탕으로 ‘4대강’ 편 내용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김태현 피디수첩 책임피디는 “지난주 방송 보류 결정 이후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최초의 설계도가 입수됐으며 이것이 운하 단계의 설계도인지 분석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등 야 6당과 전국언론노조 등 560여 환경·언론·시민운동단체는 이날 저녁 7시부터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앞에서 주최 쪽 추산 5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피디수첩 ‘4대강’ 편 방영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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