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란
만인에 의한 뉴스생산 기성언론 콩깍지 벗겨
시간·공간 제약 초월한 거대한 소통언론 실험
시간·공간 제약 초월한 거대한 소통언론 실험
모든 이야기는 트위터로부터 시작됐다.
언론도 시민단체의 눈도 따돌린 국회의원들의 ‘과욕’이 트위터에서 딱 걸렸다. “전직 의원에게 국가 예산에서 고령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난 8월 ‘트위터 사용자’ 천정배 민주당 의원의 글이 트위터 망을 타고 급속히 퍼져나갔다.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전직 의원에게 평생 매달 120만원씩 지급)을 여야 의원들이 법제사법위원회 상정 하루 만에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게 6개월 전이었다. 천 의원 글로 트위터는 ‘난리’가 났다. 언론들이 뒤늦게 기사를 쓰기 시작했고, 9월 민주노동당은 ‘과오’를 반성하며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소셜미디어가 커뮤니케이션과 인적 네트워킹 수단이란 ‘좁은 우물’을 뛰어넘어, 전통 미디어의 의제 설정력에 버금가는 언론 매체로 정체성을 구축해가고 있다. 트위터가 ‘광속’으로 소식을 퍼뜨리며, 느려터진 기성 언론을 비웃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강남파이낸스타워 화재는 대피중이던 트위터 사용자가 가장 먼저 소식을 타전했고, 지난 1일 부산 해운대 아파트 화재 사고도 기성 언론들이 트위터 사진을 받아 싣기에 바빴다.
소셜미디어의 급속한 보급은 미디어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헌정회 육성법’ 사건은 소셜미디어가 뉴스성에 대한 판단을 바꾸도록 한 대표적 보기다. 출입처에서 나온 정보를 공급자의 잣대로 선별 보도하는 기성 언론과 달리, 소셜미디어는 오직 수용자의 관점에서 중요도를 평가한다. 기성 언론에서처럼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뉴스가 가공·왜곡될 여지도 적다.
기성 언론의 ‘물리적 한계’인 취재 공간과 인력의 제약도 소셜미디어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트위터는 지구 전역 모든 전문 분야에 특파원을 둔 ‘거대한 네트워크 미디어’와도 같다. 2008년 인도 뭄바이 폭탄테러, 지난 1월 아이티의 참혹한 지진 피해도 트위터가 가장 먼저 전했다.
지난 6월 이란 부정선거 규탄 시위자들의 사망 소식도 트위터를 타면서 확산됐다. 기성 언론이란 ‘매개자’를 거치지 않고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뉴스 생산과 유통의 전 과정이 이뤄지는 현상은 더욱 보편화될 전망이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는 “현재 과도기인 소셜미디어는 앞으로 더욱 진화해 전문영역으로 여겨졌던 언론의 취재보도 및 논평 기능을 보통 사람의 영역으로 급속히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 단위의 소셜미디어가 ‘집단적 소셜미디어’(다수의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정보를 토대로 만들어진 소셜미디어 뉴스) 형태로 활성화되고 특정 분야에 등록한 이용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줄 경우 한층 다양하고 실험적인 미디어 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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