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광고 비율 유지 결정에 종편채널 실패 가능성 높아지자 일제히 반발
보수신문들이 사설로 한국방송(KBS) 수신료 인상안을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22일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신문들은 ‘수신료도 올리고 광고도 계속하겠다는 KBS’(조선), 명분도 염치도 안보이는 KBS 수신료 인상안(중앙), ‘KBS 개혁, 광고 없는 청정방송이 시청자 요구다’(동아)를 각각 실었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19일 월 2500원인 수신료를 1000원 올려 3500원으로 올려받는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조중동’이 사설까지 동원해가며 이처럼 수신료 인상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데는 한국방송이 광고 비율을 줄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한국방송의 광고 비율은 종합편성채널과 관련이 큰데, 한국방송 안대로 광고를 그대로 유지하면 종합편성채널에 진출하는 보수신문들의 광고 상황이 크게 어려워져 종편채널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여당이 종편을 신청한 보수신문들에게 모두 허가를 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이어 한국방송이 광고 비율마저 축소시키지 않자, 보수신문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조선일보>는 22일치 사설에서 ‘광고를 줄이라’고 요구했다. 신문은 “지난해부터 KBS 경영진이 수신료를 6500원으로 올리는 대신 2TV 광고를 없애겠다고 말해 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정”이라며 “KBS가 국민에게 수신료를 더 요구하려면 광고를 어떻게 줄이고 없앨 것인지 구체적인 일정부터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KBS는 수신료를 걷는 공영방송이면서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광고 비중이 40%에 이르는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KBS 2TV가 상업방송 채널과 다름없이 선정적인 오락프로그램과 막장 드라마를 내보내는 것도 광고를 유치하고 광고 수입을 유지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역시 “당초 KBS는 수신료를 인상하면 ‘광고를 줄여 공영방송으로서 독립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공익성과 상업성을 넘나들며 손쉽게 국민의 주머니를 털고 제 잇속만 챙기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그동안 KBS는 수신료를 올려주면 광고를 없애 공영성 높은 방송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며 “이번 인상안은 광고는 그대로 두고 시청자들에게서 수신료만 더 받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여당 추천 이사들이 수신료를 대폭 인상하는 대신 광고를 절반으로 줄이자고 했지만 야당 추천 이사들이 광고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수신료를 올리자는 안을 받아 들였다”면서 “여당 추천 이사들이 야당 추천 이사들의 인상안을 받아들이고 물러선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KBS가 한국의 방송문화를 대표하는 ‘방송의 청정지대’가 되려면 광고방송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거센 반발은 앞으로 있을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신료 인상안 제출과 국회 의결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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