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 협력’ 양해각서 요구 받아
협찬·광고 요구 우려에 식은땀
협찬·광고 요구 우려에 식은땀
“종편 진출 신문사들 등쌀에 미치겠다.”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공모 유탄이 애꿎은 기업들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 사업 참여를 요구하는 신문사들의 압박 탓이다. 자금력이 되는 기업일수록 시달림의 강도가 세다.
아이피티브이(IPTV) 사업을 하는 통신업체들이 특히 종편 진출 신문사들의 ‘포괄적 협력 엠오유(MOU) 체결’ 요구에 시달렸다.
사업자 공모 접수를 시작한 30일 한 업체 임원은 “조선·중앙·동아를 포함해 10개 신문사가 포괄적 협력 엠오유를 맺자고 요구했다”며 “말이 요구지 압박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임원도 “상대가 상대인지라 어차피 해줄 수밖에 없는 것 남보다 먼저 굽혀 점수나 따자는 내부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엠오유는 법적으로 강제력이 없다. 협력 방안을 찾아보자고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 협력할 게 없으면 없었던 것으로 하면 된다. 하지만 통신 기업들은 엄청난 부담감을 토로한다. 한 기업 팀장은 “내부에서는 자칫 ‘쥐약’ 내지 ‘노예 협약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말이 엠오유지 나중엔 지분 참여를 요구할 것이고, 그다음엔 아이피티브이에 좋은 번호 달라 할 게 뻔하며, 그다음엔 광고 내놓으라 할 것 아니냐”며 곤혹스러워했다.
버티고 버티던 통신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묘안’을 냈다. 엠오유 대상을 송출 부문으로 국한하는 쪽으로 협정서 문구를 만드는 방법이다. 엘지유플러스(LGU+)가 먼저 이 방식을 택하자, 케이티(KT)와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도 뒤따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통신3사 모두 통일된 문서 양식을 만들어 신문사들과 엠오유를 체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업체 관계자는 “기본 문안을 만들어 상대가 나중에 다른 요구를 할 틈이 없는지 법률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요구’에 대한 통신 기업들의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종편 희망 신문사들은 이들 기업 계열의 아이피티브이 사업자에겐 엠오유를 요구하는 한편, 자금력 있는 통신 파트 쪽엔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에스케이 관계자는 “에스케이텔레콤을 통해 투자 요청이 들어왔다”고 했고, 엘지유플러스 관계자도 “지주회사 쪽으로 투자 얘기가 들어간 것 같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종편 사업자 선정 이후 더욱 당황스러운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정된 업체들은 노골적으로 투자와 광고를 요청할 테고, 탈락한 신문사 역시 엠오유를 미끼로 협찬과 광고 압박을 해올 것이란 우려다. 김재섭 이문영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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