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생활고·가족병환 속
동료들 기금·격려에 힘얻어
MBC 2명도 “계속 싸울것”
동료들 기금·격려에 힘얻어
MBC 2명도 “계속 싸울것”
2009년 3월22일, 서울중앙지법 기자실. 일요일 당직의 평온을 깨고 <와이티엔>(YTN) 후배의 음성이 귓전을 때렸다. “선배들 체포됐어요.” 다음날인 23일 오전, 와이티엔 검찰 출입 선배는 전화기에 대고 대검 공안부장에게 하소연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검찰은 그날, 와이티엔 구본홍 전 사장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체포한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선 2008년 10월6일, 와이티엔 사쪽은 기자 6명을 해고했다. 구 전 사장의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며 앞장서 싸운 이들이었다. ‘체포와 구속, 기소’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이들의 힘겨운 ‘복직 여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20일 와이티엔 노조 송년회를 앞두고 해직자인 우장균, 현덕수, 조승호, 정유신, 권석재 기자를 노조사무실에서 만났다. 노종면 기자는 다리 수술을 받은 딸을 간호하느라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다. “잃은 것과 얻은 것”을 묻자 “잃은 건 없고, 사람을 얻었다”는 한결같은 답이 돌아왔다.
싸움은 혼자 했지만 고통은 가족 전체의 몫이었다. 월급통장이 없는 ‘생활인’에게 2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희망펀드’는 긴 터널 속에 스며든 한줄기 빛이 됐다. 희망펀드는 해직 기자들의 생활비를 돕는 일종의 노조기금으로 해직 사태 일주일 만에 조성됐다. 상여금부터 퇴직금, 기자상 상금, 출판물 인세까지 동료들의 마음이 십시일반 모아졌다. 우 기자는 “한 후배가 ‘보너스 조금밖에 못 보내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왔는데 더불어 산다는 의미를 되새긴 게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깊은 수렁 속에 궂긴일과 우환도 많았다. 현 기자와 우 기자는 해직 중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야 했다. 현 기자는 “기자가 됐을 때 가장 기뻐해주신 분”이라며 “원래 자리를 찾겠다는 약속을 못 지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조 기자의 아내는 올해 여름 뇌출혈로 쓰러져 생사를 다투다 간신히 회복했다. 권 기자의 어머니는 현재 뇌졸중으로 투병중이다. 권 기자는 “충격 받으실까 해직 얘길 못했는데 어디선가 전해 들으시곤 ‘이왕하는 거 끝을 보라’고 위로해 주셨다”고 말했다. 정 기자는 “동료들은 우리가 자신들을 대신해 해직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1심의 ‘해고 무효’ 판결에 대해 항소심이 진행중인데 내년 초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행 문화방송 노조위원장과 정대균 진주문화방송 노조위원장도 올해 6월과 7월 해고됐다. 파업을 주도하고 진주·창원문화방송 통합 반대 운동을 주도한 대가다. 이 위원장은 2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엠비시 구성원의 싸움은 한국 언론의 공정성을 위한 것으로 내 복직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임기 말(내년 2월)까지 싸우고 가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진주 시민과 진주엠비시 구성원들의 통합 반대 여론을 알리기 위해 뛰어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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