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통한 지배구조는 여전
윤세영(75) <에스비에스>(SBS) 회장이 오는 22일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방송사의 일선 경영에서 손을 뗀다. 에스비에스 개국 20년 만에 윤세영 체제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는 셈이다. 윤 회장은 지난 3일 신년사에서 현재 맡고 있는 에스비에스 회장과 이사회 의장직을 내놓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미디어 생태계 변화가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한다고 퇴진 사유를 들었다.
후계 구도를 둘러싼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에스비에스는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어 신임 이사에 하금열 에스비에스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사장과 김희천 고려대 교수를 추천했다. 하 사장은 윤 회장이 맡던 이사회 의장직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후임 회장은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 새 이사 선임과 이사회 의장 선출, 후임 회장은 주총에서 확정된다.
에스비에스 구성원들은 이런 인적 개편을 냉담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윤 회장의 퇴진에도 윤 회장과 그의 아들 윤석민(47) 홀딩스 부회장의 에스비에스 지배체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물러나면서 경영의 중심축이 아들에게 좀더 옮겨 갈 가능성이 제기될 뿐이다. 윤석민 부회장은 에스비에스의 지주회사인 홀딩스를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에스비에스의 한 관계자는 “윤 회장 부자가 대주주로 있는 태영건설이 홀딩스를 지배하고 홀딩스가 또다시 에스비에스를 지배하는 먹이사슬은 바뀌지 않았다”며 “이들이 홀딩스를 통해 에스비에스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움켜쥐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구도는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윤세영·윤석민 부자는 태영건설 지분 27.1%를 보유 중이며, 태영건설은 홀딩스 지분 61.2%, 홀딩스는 에스비에스 지분 30%를 갖고 있다.
애초 이사회 진입이 예상됐던 윤 부회장은 이번 이사 추천 명단에선 제외됐다. 에스비에스 한 간부는 “세습경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원포인트로 다른 인사를 앉힌 뒤 결국엔 윤 부회장 체제로 가지 않겠냐”며 “현재도 윤 부회장이 실권을 갖고 있는데 굳이 노조 반발을 무릅쓰고 전면에 나설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일단 주총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책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윤민 에스비에스 노조위원장은 “윤 부회장은 언론의 가치보단 경영 효율에 초점을 맞추는 스타일”이라며 “이번 개편이 인력감축으로 이어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선의 에스비에스 홍보팀장은 이에 대해 “인력 구조와 관련된 어떤 변화도 예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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