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3명, 정권뜻 호위…특정방송 편들기도
야당 2명, 전횡 막을 전략적 대응·의지 부족
“야당몫 2기 위원 시민사회 뜻모아 추천해야”
야당 2명, 전횡 막을 전략적 대응·의지 부족
“야당몫 2기 위원 시민사회 뜻모아 추천해야”
‘최시중 독주’ 낳은 상임위 구성
방송통신위원회는 차관급인 5명의 상임위원이 이끈다. 여와 야 3 대 2 추천 구도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년 ‘방송장악위원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그 뿌리에는 이들 상임위원이 자리하고 있다.
여당 위원들은 정책 논리가 아닌 정파적 이해에 편승해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위원장을 호위했다. 거수기나 다름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야당 위원들은 견제 의지 부족과 빈약한 논리적 저항으로 ‘최시중 독주’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평가다.
2기 방통위 구성을 앞두고, 상임위원 구성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 여 추천 한 여당 추천 위원은 지난해 11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신문 사업자는 방송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 진보 진영에서 종편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보수신문이 종편 되면 한꺼번에 망할 수 있다”며 ‘종편 필패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앞서 전체 회의에서 보인 처신은 사뭇 달랐다. 종편 관련 회의(8월17일, 9월17일, 11월10일)에서 그는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결정 이후로 선정 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야당 위원의 주장에 “사업자들이 종편을 성공적으로 시작하기 위해선 우리가 무리하더라도 선정 시기를 단축했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잡았다. 또다른 여당 상임위원도 공식 석상에선 미디어빅뱅에 대비한 종편 도입을 강조하면서도, 사석에선 외국에서 신문사가 방송사업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사업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소신과 전문성 대신, 정권의 의지를 떠받드는 데만 열과 성을 보여온 위원들의 행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일부 위원의 도덕불감증적 행태도 불거졌다. 형태근 위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2010년 재승인을 열흘 앞둔 롯데홈쇼핑으로부터 강연료 200만원을 받은 것을 포함해 외부 강연료만 총 254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 위원장은 “적절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구두 경고’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위원은 자신인 몸담았던 특정 방송에 치우친 행태를 보여 논란을 불렀다. <에스비에스>(SBS) 사장 출신인 송도균 위원은 에스비에스의 월드컵 단독 중계, <오비에스>(OBS)의 역외재송신 문제 등 ‘친정 쪽 이해’가 걸린 사안에 대해 매번 에스비에스 편을 들었다. “월드컵 단독 중계로 시정명령을 위반한 것은 동의하지만 과징금 부과는 반대한다”, “서울지역에 오비에스의 역외재송신을 허용하는 것은 방송시장을 어지럽힌다”며 에스비에스를 감쌌다.
이는 그의 임명 과정부터 예견됐다. 방통위법은 위원 결격 사유로 ‘방송통신 사업 종사자와 위원 임명 전 3년 이내 종사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2007년 2월까지 상근직인 에스비에스 상임고문을 지냈으나 당시 여야가 ‘초대 위원 예외’라는 부칙을 두면서 위원에 임명됐다.
■ 야 추천 야당 위원들 역시 지리멸렬했다. 지분은 40%나 됐지만, 존재감은 턱없이 못 미쳤다. 최 위원장이 거리낌없이 방송 장악을 해나간 데는 야당 위원들의 견제 무능도 큰 구실을 했다.
시민사회에선 민주당이 첫 단추를 잘못 뀄다고 비판한다.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추천한 이병기 전 위원과 이경자 부위원장을 두고 한 말이다. 특히 지난해 2월 임기 1년을 앞두고 사퇴한 이병기 전 위원에 대해선 방송 공공성과 독립성에 대한 철학 부재로 어느 정당 추천인지 모를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가 대세다. 그는 <한국방송>(KBS) 이사에 연이은 친한나라당 성향의 인사 추천, 여야간 합의를 깬 여당 위원의 부위원장 선출 등 방통위 결정에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쉽사리 동조했다. 이경자 부위원장 역시 최 위원장의 전횡을 막는 데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시각이 많다. 이병기 전 위원 후임으로 민주당이 추천한 양문석 위원에 대해서도 애초 기대했던 만큼의 견제능력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 위원들이 민주당의 정책방향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크게 부족했다”며 “전략적 대응을 갖고 정부·여당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한 채 3년 동안 이리저리 휩쓸렸다”고 말했다.
■ 2기 위원은 이런 탓에 2기 위원의 조건으로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독립성을 지키려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야당 위원으로는 1기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전문성과 견제기능을 함께 갖춘 인사를 추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시민사회와 학계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각계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반드시 꾸려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과 통신에 두루 밝은 한 법조계 인사는 “1기 야당 위원을 보면, 전문성과 입장 하나만 갖춘 인물들은 모두 실패로 판명났다”며 “전문성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여당 정책을) 견제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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