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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 “국민 80%가 동의하는 것만 보도하라니…”

등록 2011-05-31 14:56수정 2011-05-31 15:35

지난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MB 정권의 시사보도 탄압에 대한 증언과 대안’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MB 정권의 시사보도 탄압에 대한 증언과 대안’ 토론회가 열렸다.
MB 정부 아래 탄압 받은 언론인들 한 자리에
“4대강 관련 보도 취재 못하게 해…정권이 언론 통제”
“현장에서 케이비에스(KBS) 기자들이 그런다. 4대강 관련 보도하겠다고 하면 (위에서) ‘국민의 80%가 동의하는 사안만 보도하라. 왜 케이비에스가 국론을 분열시키냐’면서 취재 못하게 한다.” (박중석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장·KBS 기자)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피디·기자들이 3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엠비 정권의 시사보도에 대한 증언대회’를 열었다. 최승호 전 엠비시(MBC) ‘피디수첩’ 시피(CP), 김용진 전 케이비에스 탐사보도팀장, 임장혁 전 와이티엔(YTN) ‘돌발영상’ 팀장, 김진혁 전 이비에스(EBS) ‘지식채널 이’ 피디가 한 자리에 모여 엠비 정부 하에서 시사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겪은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들은 “정권이 언론통제를 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탐사보도팀원 절반을 흩어놓았다”

김용진 기자는 케이비에스 안에서 탐사보도에 일가견 있는 기자들이 어떻게 황당한 발령을 받고 있는지 최경영 기자의 예를 들어 증언했다. 김 기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뒤) 2008년 8월 첫 팀장 인사가 진행될 때 회사는 그간 탐사보도팀에서 맹활약하던 최경영 기자를 느닷없이 스포츠중계팀으로 발령 냈다. 그곳에서 제대로 된 일을 맡기지 않아 최 기자는 유학을 가버린 상태”라고 말했다. 최 기자는 최근 <9시의 거짓말>이라는 책을 내 이명박 정부 하에서 왜곡된 방송사 뉴스의 현실을 고발하기도 했다.

김 기자는 “회사가 탐사보도팀을 뿔뿔이 흩어놓아 탐사보도 명맥이 끊겨버렸다”고 개탄했다. 김 기자 본인 역시 부산으로, 울산으로 ‘유배성 발령’을 받아 왔다. 김 기자는 “탐사보도팀 절반이 비제작부서에 배치되는 등 탐사보도를 전혀 할 수 없도록 뿔뿔이 흩어놓았다”며 “팀원들에 대해서까지 이렇게 인사조처 하는 것을 보면 ‘민감한 보도하면 이렇게 다친다’는 것을 사내에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기자는 지난해 케이비에스의 과도한 G20 정상회의 홍보방송을 비판하는 글을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뒤 정직 4개월 징계를 받기도 했다.

“청소노동자 취재는 야당이 지지하는 것이니 하지 마”

박중석 케이비에스 기자는 동료 기자들이 털어놓는 하소연을 전했다. 박 기자는 “기자들이 4대강이나 천안함과 같은 민감한 아이템은 할 수 없게 되었다”며 “4대강 관련 보도하겠다고 하면 (위에서) ‘국민의 80%가 동의하는 아이템만 하라. 왜 케이비에스가 국론을 분열시키냐’ 면서 취재 못하게 한다는 얘기가 들려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소노동자 보도를 하려고 하면 (위에서) ‘그건 야당이 지지하는 것 아니냐. 왜 논란이 되는 것 하려고 하냐. 케이비에스에서는 (보도 하면) 안된다’며 취재를 막는다”고 전했다. 박 기자는 “후배 기자들이 데스크와 얼굴 붉히며 싸우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대체로는 보도를 포기해버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부 기자들은 “‘너 좌빨 아니냐’, ‘너도 빨갱이냐’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상표, 이동관 전화 받고 돌발영상 삭제”

‘돌발영상’을 만들었던 임장혁 와이티엔 기자도 탄압을 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언론인이다. 임 기자는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에 함께 한 뒤 2008년 10월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듬해에는 경찰의 쌍용차 노조 강경진압을 다뤘다는 이유로 경영기획실로 대기발령을 받기도 했다. 임 기자는 2008년 3월 청와대가 삼성떡값에 대한 사제단 입장 발표 이전에 관련 정보를 입수해 기자회견을 연 것을 비판한 ‘돌발영상’ 방영을 두고 압력을 받았던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은 2008년 3월 7일 방영된 뒤 삭제됐다. 다음은 임 기자의 말이다.

“방송 당일 보도국장(현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불렀다. 고치라고 하더라. 못 고친다고 했다. 그 때 이동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동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홍상표에게) ‘어떻게 됐습니까’ 묻더라. (홍상표가) ‘지금 안그래도 불러서 한 마디 하고 있으니 걱정마십시오’ 대답하더라.” 이후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편 은 인터넷 상에서 삭제됐다.

“피디수첩 피디를 부동산 개발하는 곳으로 발령”

피디수첩의 간판이었던 최승호 피디는 현재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침방송 프로그램으로 발령난 상태다. 최 피디도 엠비시 시사교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합리적인 인사조치에 대한 폭로를 이어나갔다.

“‘말 안 듣는다’고 해서 멀쩡한 피디들을 용인으로 보내고 수원으로 보냈다. (피디수첩 이우환 피디)를 보낸 ‘드라미아’라는 곳은 일종의 부동산 개발하는 곳이다. 엠비시 드라마 세트를 용인에 잔뜩 세워놓고 좀 더 많은 손님들이 올 수 있도록 개발 프로젝트를 하는 곳이다.”

최 피디는 또 “시사교양국 피디가 60명쯤 되는데 절반 정도를 내보내버려 프로그램들이 흔들리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최 피디는 “이러한 일들의 뒤에 김재철 사장이 있고 그 뒤에는 ‘그 분’이 있다”며 “(실제 할 건 다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 분들은) 굉장히 영리하다”고 평가했다.

2008년 5월 이비에스 <지식채널 이> ‘광우병 편’을 준비하다 외압을 받았던 김진혁 피디는 “정부는 언론을 비판의 기능을 갖춘 곳이 아니라 ‘대한뉴스’ 수준으로 권력을 홍보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등록금 시위 대학생’을 ‘불법집회 대학생’으로 보도하는 것에 문제제기 해야”

참석자들은 언론자유를 위한 대안에 대해서도 적극 의견을 밝혔다. 임장혁 기자는 ‘일상적인 보도투쟁’을 강조했다. 임 기자는 “반값 등록금 시위하는 대학생들이 연행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등록금 시위하던 대학생 연행’이라는 제목이 ‘미신고 불법집회 대학생 연행’이라는 식으로 본질을 흐리는 제목으로 바뀐 채 보도되었다”며 “정권의 잘못을 가리는 보도에 대해 문제제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호 피디는 “공영방송을 대통령 선거의 부속물처럼 만드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 피디는 “정권이 또 다시 바뀌어서 민주당에서 싹쓸이를 한다고 했을 때, 또 다시 언론의 자유보다 정권에 충성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사장될 수도 있다”며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정권 바꾸고 한 방에 조진다’는 생각보다는 항구적으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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