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2티브이 수목 드라마 <로맨스 타운>(밤 9시55분)
원제 ‘식모들’ 항의에 제목 변경
“주제 알고 몸 낮춰” 등 지나친 표현
‘처첩 함께 사는’ 설정도 비하 논란
“주제 알고 몸 낮춰” 등 지나친 표현
‘처첩 함께 사는’ 설정도 비하 논란
<한국방송>(KBS) 2티브이 수목 드라마 <로맨스 타운·사진>(밤 9시55분)은 부잣집에 들어가 살면서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노순금(성유리)은 대학 등록금이 도박꾼 아버지의 손에 날아가고 어머니마저 여의게 되자, 먹고살 길이 막막해 가사도우미 일을 한다. ‘가방끈’이 짧아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우니 “월세 굳고, 삼시 세 끼 식비 굳는” 기숙형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주변부 인생’이라 할 사회적 약자의 세계를 드러내 보여준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지나치게 가사도우미 직업을 비하하는 표현이 많은 점이나 성차별적 시각이 드러나는 데 대해선 따가운 시선도 있다.
지난 5월11일부터 방영한 이 드라마의 원래 제목은 <식모들>이었다. 그러나 드라마 방영 직전 전국가정관리사협회 등의 항의를 받고 제목이 <로맨스 타운>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식모라는 용어는 이제는 쓰지 않는 말일 뿐 아니라, 집안에서 하찮은 일을 하는 사람이란 인상을 주는 등 직업적 비하가 담겼다”고 비판했다. 1960~70년대에 식모는 곤궁한 가계를 돕기 위해 ‘남의 집’ 부엌일을 하던 여성들에게 붙여진 이름이었다. 80~90년대 들어 가정부, 파출부로 불렸으나, 최근엔 가사도우미, 혹은 더 나아가 전문 직업임을 부각시킨 가정관리사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제목만 바뀌었을 뿐, <로맨스 타운>을 보면 가사도우미들이 모멸감을 느낄 만한 표현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변명도 않고, 우리 집 식모로 딱이야 !” “우리 집 식모 그만두면 뭐해, 옆집 식모인데!”
주인남자 강태원(이재용)은 노순금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 “비위도 잘 맞추고 눈치도 잘 보고, 때론 비굴하다 싶을 정도로 남은 밥 남은 반찬 먹어치워 음식물 쓰레기 안 생기게 하고, 자기 처지 알고 주제 알고 몸 낮춰 빠질 줄도 알고 입 다물 줄 알고.”
‘가진 자’의 의식을 날것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도를 십분 고려하더라도, 가사도우미라는 현실의 직업인을 지나치게 비하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드라마는 여성 폄하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드라마의 무대는 상위 1%의 부자들이 모여 사는 ‘1번가’이다. 이곳 부자들 가운데 장치국(이정길)은 ‘처와 첩을 동시에 데리고’ 산다. 드라마는 처와 첩이 한집에 사는 이유를 돈 때문으로 묘사한다. 여성들을 돈 많은 남자한테 얹혀사는 존재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의 윤정주 소장은 “가사도우미 직업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여성을 남성에게 기생해서 사는 모습으로 그리는 등 노골적인 성차별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우성 프로듀서는 “부자든 가난하든 모두 돈의 노예가 되는 상황에서 부자 아들과 식모가 돈보다는 사랑을 택한다는 희망을 전하려 했다”며 “식모가 요즘 쓰는 표현은 아니지만 메시지를 담기 위한 문학적 표현으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이에 대해 전우성 프로듀서는 “부자든 가난하든 모두 돈의 노예가 되는 상황에서 부자 아들과 식모가 돈보다는 사랑을 택한다는 희망을 전하려 했다”며 “식모가 요즘 쓰는 표현은 아니지만 메시지를 담기 위한 문학적 표현으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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