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기고 미디어렙법이 필요한 이유
조선·중앙·동아·매경의 종합편성채널 방송이 시작되었다. 1일 <티브이조선>, <제이티비시>, <채널에이>, <매일방송> 등 종편 4개사는 개국 공동 축하쇼를 화려하게 펼쳤다. 하지만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구나”(歌聲高處怨聲高)라는 춘향가의 한 대목이 실감날 따름이다.
왜 축하의 덕담보다 우려의 소리와 원성이 높은가. 종편의 출범에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첫째, 정언유착의 일환으로 출범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한 의도는 방송을 장악하려는 데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큰 무리를 했지만 그 목적은 일단 달성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보수언론의 인질이 되어 버렸다. 보수, 친자본 언론사에만 허가하고, 여러 가지 비대칭 규제를 해주고, 채널 배정 등 잇따른 특혜를 준 것이다. 조중동과의 유착에만 신경을 쓰느라 나머지 언론은 모두 적으로 돌려 버렸다.
둘째, 언론 환경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종편을 네 개나 허가하면서, 적자생존이 적용될 것이니 어려운 곳들은 퇴출될 것이라 했다. 그런데 이동통신사나 군소 프로그램제작사는 통폐합을 하지만 언론사는 스스로 문닫는 일이 없다.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박현수 교수 팀이 종편 출범에 따른 광고 영향을 조사한 것을 보면 “신문, 중소 규모 피피(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엠피피(MPP·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 지상파 계열 피피 순으로 감소 비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지상파, 잡지, 보도채널 등의 광고비는 비교적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고, 온라인은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종편들은 바로 신문, 군소 프로그램제작사, 종교방송, 지역방송 등을 해쳐가면서까지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은 물론 언론 환경 전체를 피폐하게 만들 것이다.
셋째, 광고비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종편이 자기 먹을 것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그나마 원성이 덜할지도 모른다. <에스비에스>(SBS)가 출범하던 1991년 12월에는 케이블도, 위성방송도, 인터넷도 없었다. 방송채널은 <한국방송>(KBS) 1·2티브이와 <문화방송>(MBC), <교육방송>(EBS), <에이에프케이엔>(AFKN)만 있던 블루오션이었다. 방송광고를 하겠다고 대기하던 물량은 재원 대비 200%나 되었다. 그래서 출범하면서부터 흑자를 기록했던 것이다. 그런데 1995년 케이블방송이 나오고 2000년대 들어 다매체 다채널이 되니 광고효과가 낮아졌다. 광고효과가 낮아지니, 당연히 마케팅 예산에서 광고의 비중이 적어질 수밖에 없고, 광고비 예산도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종편이 출범해 무리를 자행하니 문제인 것이다.
넷째, 보도와 광고가 연계된다는 점이다. 종편은 지상파와 달리 직접 영업을 하고 있다. 광고를 내면 프로그램이나 보도기사를 통해 홍보를 해주겠다든가, 거꾸로 약점을 잡는 기사를 취재해놓고 광고를 하지 않으면 내보내겠다고 협박하는 행태가 벌써부터 우려되고 있다.
다섯째, 광고거래 질서를 문란케 할 것이라는 점이다. 언론계와 광고계에서는 종편이 언론 광고거래 질서를 해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중동 등의 신문이 해오던 광고거래 관행 중에는 ‘원 턴’이라는 제도가 있다. 특정 신문에만 광고를 내면 다른 신문들이 쫓아와 광고를 내라고 강요하는 터라 모든 신문에 한 차례씩 광고를 하는 관행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방송에도 ‘원 턴’ 제도가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금 종편들은 예상 시청률이 지상파의 20% 선인데도 지상파 광고요금의 70%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종편은 케이블이고 신생매체니 배려가 필요하다면서도 지상파급의 대우를 받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문과 달리 방송은 과학적인 시청률 조사가 이루어진다. 그러니 종편들도 최소한 시청률과 비례하는 광고요금, 즉 ‘시청률 1%당 광고요금’(CPP) 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거래관행을 지키지 않으면 지금껏 축적된 방송광고의 과학화·합리화가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를 풀고 종편 출범의 여파를 감경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것은 바로 종편으로 하여금 미디어렙을 채택하게 하는 것이다. 미디어렙은 방송사를 대신하여 광고를 판매하는 회사로 정의된다. 그러나 단순히 방송광고를 판매하는 것만은 아니다. 방송사의 보도 편성 제작과 광고영업을 분리함으로써 방송의 보도와 광고가 서로 영향을 주는 것을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헌법재판소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독점적’ 방송광고 판매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면서도, 방송광고 제도가 방송의 공공성·공익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보도 내용과 광고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형태로 기능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므로 종편이 언론임을 자처한다면, 미디어렙 채택을 자청해야 한다. 종편 중에도 미디어렙 채택을 검토한 곳이 일부 있다고 한다. 그중 어느 한 곳이라도 먼저 공표하는 종편이 있다면, 그 종편이야말로 진정한 언론으로서 인정받고, 또 올바른 방송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상찬을 받을 것이다.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하게 된 것은 신문이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고, 신문의 위기는 바로 조중동이 빚어낸 정론의 상실이 자초한 것이다. 썩은 나무로 배를 만들면, 멀리 항해할 수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국회는 공전중이다.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 후 여야 간의 모든 협의가 중단되었다. 그러나 미디어렙은 정말 심각하고 또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즉각 여야 6인 소위를 가동하여, 지상파의 1공1민 미디어렙과 종편들의 미디어렙 의무 채택에 합의하여야 한다. 이번 국회는 이 미디어렙 문제만이라도 올바로 제때 처리해주어야 좋은 결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헌법재판소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독점적’ 방송광고 판매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면서도, 방송광고 제도가 방송의 공공성·공익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보도 내용과 광고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형태로 기능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므로 종편이 언론임을 자처한다면, 미디어렙 채택을 자청해야 한다. 종편 중에도 미디어렙 채택을 검토한 곳이 일부 있다고 한다. 그중 어느 한 곳이라도 먼저 공표하는 종편이 있다면, 그 종편이야말로 진정한 언론으로서 인정받고, 또 올바른 방송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상찬을 받을 것이다.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하게 된 것은 신문이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고, 신문의 위기는 바로 조중동이 빚어낸 정론의 상실이 자초한 것이다. 썩은 나무로 배를 만들면, 멀리 항해할 수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국회는 공전중이다.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 후 여야 간의 모든 협의가 중단되었다. 그러나 미디어렙은 정말 심각하고 또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즉각 여야 6인 소위를 가동하여, 지상파의 1공1민 미디어렙과 종편들의 미디어렙 의무 채택에 합의하여야 한다. 이번 국회는 이 미디어렙 문제만이라도 올바로 제때 처리해주어야 좋은 결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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