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21명, 정수재단 보유주식 사회환원 촉구
이사장은 노조 요구 사장후보추천위 거부 ‘강경’
이사장은 노조 요구 사장후보추천위 거부 ‘강경’
부산의 지역원로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이 이사장으로 있는 정수재단이 보유한 <부산일보> 주식의 사회 환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최필립 정수재단 이사장은 노조가 요구해 온 사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거부해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송기인 신부, 이태일 전 동아대 총장, 김동수 전 생명의전화 이사장, 이민환 전 부산대 교수, 김재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부산의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해 온 원로 21명은 6일 부산역 앞 광장호텔 그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독재권력의 힘으로 강탈해 설립된 정수재단이 가지고 있는 <부산일보>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촉구했다. 또 “<부산일보>의 현 경영진은 노조 탄압과 편집권 침해 행위를 중단하고 노조위원장과 편집국장에 대한 중징계를 즉각 철회하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집권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박 전 대표가 2005년도까지 이사장직을 맡은 데 이어 유신시대 박 전 대표의 비서였던 최필립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정수재단에서 선임한 사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현 구조에서는 <부산일보>가 정치 편향과 편파 보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는 1961년 군사쿠데타 세력이 이듬해 부산의 사업가 김지태씨를 부정축재자로 몰아 당시 부일장학회의 땅과 언론사를 빼앗아 설립한 정수재단이 보유한 <부산일보> 주식을 원상회복하도록 권고했었다”며 “정수재단이 하루빨리 강탈된 재산을 반환하고 <부산일보> 지분을 사회에 환원해 명실상부한 공익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과 전국금속노조, 시민사회단체와 야 5당으로 꾸려진 민생민주부산시민행동은 5일 부산일보 사옥 앞에서 편집권 독립을 지키려는 <부산일보> 노조의 행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부산시민행동은 경영진이 지난달 30일자 신문 발행을 중단해 피해를 본 독자와 광고주들을 조직해 시민소송단을 꾸려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부산일보> 노조의 투쟁을 지지하는 독자들을 모아 날마다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한편 최 이사장은 이날 낮 부산에 와 국·실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 태도를 밝힌 뒤 “사장 권한대행을 임명하지는 않겠으며, 국·실장 5~6명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노조와 대화하도록 할 것”을 주문해 노조와 정수재단의 힘겨루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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