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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미디어 전망대] 권력 감싸는 ‘새로운 경호견’들 / 장행훈

등록 2012-03-13 21:09

장행훈 언론인·언론광장 공동대표
장행훈 언론인·언론광장 공동대표
지금 프랑스에서는 두 달째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색다른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다큐 제목은 <새로운 경호견(警護犬)>.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언론 관련 영화다. 프랑스 방송·신문·잡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거나 스타 논객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역 언론인들의 말과 행동을 편집한 기록물이다. 영상 자료를 수집·정리하는 데 만 2년 반이 걸린 노작이다. 비판권력으로서, 정치권력과 돈권력을 감시·고발하는 감시견 구실을 해야 할 언론인들이 오히려 이들 권력과 “공모”해서 권력의 비리를 감싸주고 옹호하는 “새로운 경호견” 즉 충견(忠犬)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영화다. 자사의 사주나 간부가 다큐의 표적이 된 거대 언론사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신문·잡지가 <새로운 경호견>이 프랑스 언론을 여론의 피고석에 세워놓았다는 데 공감했다.

실존 인물들의 행동과 말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인 만큼 비판 대상에 오른 스타 언론인들의 입장이 난처하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이들은 다큐가 인신공격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다큐 <새로운 경호견>이 프랑스 언론을 재점검하고 언론인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정치 영화의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도 언론의 반성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영화라고 칭찬했다.

권력의 비리를 눈감아주고 그 대가로 이권을 챙기는 “새로운 경호견”으로 말하자면 프랑스보다 한국이 훨씬 앞섰을 것 같은데 우리에게는 이런 다큐도 없고 반성의 기미도 안 보인다. 종편 허가와 권력 비판을 교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조선일보>는 현재 진행중인 방송 3사의 파업을 놓고도 9일치 사설에서 엉뚱하게 “민주당이 합작한 ‘공영방송’ 파업”이라고 방송파업의 책임을 야당으로 돌리는가 하면 뜬금없이 <한겨레>를 좌파 운운하며 노무현 대통령과 한겨레 사이의 해묵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매카시즘의 유령에 끌려다니는 한국 우파언론의 불쌍한 모습이다. 매카시즘의 망령을 이 땅에서 축출하기 위해서도 시급히 한국판 <새로운 경호견> 제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특정 신문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우리 언론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호견> 상영은 언론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11일 개봉된 이 다큐는 전국 53개 극장에서 상영중이다. 다큐를 제작한 언론인 팀은 1주일에 한번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관객들과 언론 관련 문제들을 검토하는 토론회를 열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언론은 언론 종사자들만의 문제로 머무는 것이 아니다. 일반 국민도 언론수용자로서 함께 관심을 갖고 해결에 동참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에서 관객들에게 언론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려는 토론의 장이다. 2월 중순까지 6주 동안 12만5천명이 영화를 관람하고 토론에 참여했다.

<새로운 경호견>으로 전락한 것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우파 언론의 정체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시민들과 언론 토론회를 조직하고 확산하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조중동의 편파보도에 국민이 오판하는 일이 없도록 한국판 “경호견”의 정체를 폭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려면 언론을 바꿔야 한다.

장행훈 언론인·전 신문발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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