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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스핀 닥터’가 된 언론

등록 2012-03-27 21:30수정 2012-03-27 21:30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미디어 전망대
‘스핀’은 원래 ‘돌리거나 비틀어 왜곡한다’는 뜻이고, 스핀 닥터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시민을 속이는 기술자이다. 그들은 그 대가로 그럴싸한 자리를 기대하거나 보수를 두둑이 챙긴다.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 여론몰이에 앞장선다. 의제를 왜곡하는 일은 물론이고 때로는 없는 사실마저 꾸며내기도 한다. 중립을 내세우면서 교묘하게 하는 편향은 더욱 위험하다. 그 속임수를 국민들이 감지하지 못하여 폐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정성과 진실성을 생명으로 하고 있는 언론과는 거리가 멀다.

일부 언론은 스핀 닥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의 관심은 자신들의 잇속에 있고 진실은 뒷전이다. 여론을 의도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별 관련이 없는 사실들을 억지로 연결시켜서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그려내기도 한다. 짜맞추기 보도다. 미리 특정한 방향을 정해놓고 여기에 필요한 사실들의 조각을 끼워넣는 것이다. 진실은 관련이 있는 사실들의 조합이라고 하지만 이들에겐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다. 때로는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책사를 자임한다. 정권 만들기에 노골적으로 나서고 선거에 이기기 위한 전략을 조언하기도 한다. 언론을 빙자하여 자신과 반대편에 있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공격하고 음해하는 경우도 일상적으로 벌인다. 심할 경우 특정 정당의 당보나 홍보방송 수준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보수언론들은 야권 연대를 흠집내기 위해 통합진보당을 ‘불순한 세력이 장악한 집단’으로 몰았다. 음습한 이미지로 덧칠하면서 국민적인 혐오감을 부추기기 위해서다. 정치적 지지층을 결집시키고자 의도적으로 사실을 비틀기도 한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아예 미사일 발사로 규정짓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이 도발을 하려 한다는 식의 보도를 이어간다. 특정 정당에 유리한 여론 지형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스핀 닥터야말로 불순한 자들이고 민주주의의 교란자이다. 건강하고 합리적인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국민들을 현혹한다. 스핀 닥터에게는 신념이나 철학이 없다.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 때에는 이익을 좇아 언제든 변신할 수도 있다. 그들은 한낱 용병일 뿐이다. 던져주는 대가에 목을 매고 고용하는 자의 요구에 충실하다. 진실보도를 외면하는 스핀 닥터는 언론으로 위장하는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때문에 교묘한 속임수들만 난무한다. 특정 세력에 유리한 의제는 부풀리고 불리한 것에는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이들의 입맛에 맞게 여론을 만들어 갈 것인가가 보도와 논평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저널리즘 원칙 따위는 애초에 없다. 특정 정파를 위한 선거 프레임을 만들어 내기에 골몰한다. 프레임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훤히 알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이 스핀 닥터로 전락한 사회에서는 민주주의가 어둠 속에 빠진다. 언론이 공정한 진실의 수호자로서 복원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는 껍질만 남게 된다. 스핀 닥터가 되어 타락한 언론을 건강한 저널리즘으로 바로 세우는 것이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는 길이다. 언론의 진실하고 공정한 보도가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겠지만 선거의 해인 올해는 더욱 중요하다. 스핀 닥터의 속임수를 감시하고 그들의 편향적 보도를 국민들에게 낱낱이 알리는 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언론 보도와 행태를 꼼꼼하고 치밀하게 감시하여 그들이 국민 여론을 교란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시민단체의 모니터 활동이 중요한 까닭이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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