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박근혜, 젊은 언론인들을 만나라

등록 2012-05-01 20:57수정 2012-05-02 09:38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미디어 전망대
끝이 안 보이는 <문화방송>(MBC), <와이티엔>(YTN), <한국방송>(KBS), <연합뉴스> 등 공영 언론사 파업 사태는 세대간 갈등 현상으로 보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폄하하여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은 이 파업을 “좌파의 정치투쟁”이나 “방송사 내부 권력 다툼”이라고 말하며 애써 의미를 축소·왜곡·외면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를 “회사 내부 사정”이라고 잘라 말한 바 있다.

파업에는 언론 실무를 담당하는 주요 젊은 인력층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다. <무한도전> 김태호, <나는 가수다> 신정수, <1박2일> 나영석·최재형, <개그콘서트> 서수민 등등 각 사의 천재 피디들은 물론이고 오상진, 문지애, 정세진, 최원정, 최승돈 등등 시청자 신뢰를 받아온 아나운서들도 한마음이다. ‘폭설 리포트’로 유명세를 치른 박대기 등 젊은 기자 대부분은 이 일을 처음 시작했다. 많은 간부급 선배들도 보직을 내놓고 후배들한테 힘을 보태고 있다. 창의적 멘트로 눈길을 모은 문화방송 최일구 앵커도 정직 징계를 받으면서까지 함께 나섰다. 이번 파업은 현재의 핵심 언론인이며 후일 각 사의 임원이 될 엘리트 대부분이 벌이고 있는 일이다. 이들이 오죽하면 해고와 징계, 무임금 등의 막대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결연한 길을 선택했을까!

독립성과 공정성을 외치며 공영 언론 4사가 역사적으로 처음 벌이는 이번 연대파업은 언론계를 넘어 한국 사회 젊은 세대들의 불만과 요구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권위주의적 국가동원 모델에 순응하며 자유를 유보한 채 살아온 구세대와 자유주의적 삶의 가치가 핵심인 선진사회로의 발전을 바라는 신세대 간의 갈등인 것이다. 이 파업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 젊은 층이 주로 사용하는 신매체에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기성 언론에서는 무시되거나 폄하되고 있다. 세계의 주요 언론들도 이례적 사태에 주목하고 있지만 한국의 정치와 언론은 그렇지 못하다.

세대 갈등의 분출에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물론이고 여당의 지도자 격이며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다. 언론통제도 불법사찰처럼 이명박 정부가 행한 것이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태도를 취한다면 젊은 민심은 버리고 일부 세대의 마음만을 대변하는 반쪽 지도자가 되는 셈이다. 공공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는 비정상 상황을 내버려만 두는 것은 책임회피이거나, 의도적인 무시이거나,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1964년 고 박정희 대통령은 한일회담을 반대하는 대학생들을 설득하기 위해 학생대표들을 만났다. 그는 결국 회담을 강행했지만 학생들의 ‘우국충정’을 이해하며 이들의 주장을 ‘명심’하면서 추진하겠노라며 담화문을 발표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불공정 언론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든 어쩌든 파업 언론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맞다. 정권이 임명한 사장들이 한국 방송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젊은 언론인을 마구 자르고 징계하며 시청자 주권은 물론이고 한국의 방송 전문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젊은이들의 비전을 과거의 가치관에 맞추려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눕히는 일은 그 자체로 매국적인 일이다. 이를 중재할 관심도 능력도 없다면 나라를 어떻게 운영한다는 말인가? 혹시나 자신이 대통령에 선출되는 데 현재의 구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개인과 국가의 큰 불행이 될 것이다.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가까운 데 가시죠, 어린이날 나들이!
KT, 부동산시장 자선사업가?
통합진보 비례경선 “현장투표 80~90%서 문제”
고유가에도 소비 증가 ‘대형차 너 때문이야’
KTX 민영화 찬성글 예시문 써주며…국토부가 ‘트위터 도배’ 지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