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6명 “지적내용 모두 무시돼”
언론학자들로 구성된 <한국방송>(KBS) 옴부즈맨 위원들이 불공정 보도가 개선되리라는 희망이 없다며 모두 사퇴했다. 한국방송은 지난해 10월 보도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겠다며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들의 사퇴로 불공정성이 더욱 부각되는 역풍을 만났다.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 등 3대 언론학회의 추천으로 선임된 한국방송 옴부즈맨 위원 6명은 지난 19일 ‘사퇴의 변’을 내놓고 사퇴서를 제출했다. 한국방송이 매달 한 차례씩 편성한 <케이비에스(KBS) 뉴스 옴부즈맨> 프로그램에 출연해온 옴부즈맨들은 김경희(한림대), 김세은(강원대), 윤태진(연세대), 이승선(충남대), 임종수(세종대), 장하용(동국대) 교수다.
이들은 ‘사퇴의 변’에서 “출범 뒤 7개월이 지난 오늘, 위원들은 애초에 지향했던 목표에 단 한 발자국도 가까이 나아가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옴부즈맨으로서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적 한계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가느다란 희망조차 가질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한국방송 뉴스의 질적 수준과 공정성”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개선 가능성도 많지 않다고 비판했다.
사퇴한 옴부즈맨들은 6차례 방송에서 지적한 내용이 전부 무시됐다고 말했다. 4·11 총선 평가 프로그램에서 김경희 교수는 한국방송 보도가 여야 간에 “기계적 균형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위원은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의 해임 처분을 취소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왜 보도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보도국에서는 ‘1, 2심 때 보도했다’는 말도 안 되는 설명을 하더라”며 “총선 보도는 (불공정성이) 특히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옴부즈맨이 한국방송에 변명의 장만 마련해줄 것이라고 우려해 참여 여부를 고민했는데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방송 쪽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평가’라는 투의 태도를 보였다고 사퇴한 옴부즈맨들은 밝혔다.
파업중인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21일 성명에서 “김인규 사장이 직접 임명한 교수들도 ‘한국방송의 구조적 한계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며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이제 떠나라”고 촉구했다.
한국방송은 “옴부즈맨 위원들이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당혹스럽고 유감스럽다”며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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