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4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신관 앞에서 열린 전국조합원총회에서 ‘김인규 아웃’이라고 쓴 손펼침막을 내걸고 주황색 비닐봉지를 머리에 인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주황 비닐봉지는 부산에서 야구경기 응원 때 쓰는 것으로 한국방송 부산총국 조합원들이 갖고 올라온 것이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탐사보도팀 부활·공정방송 감시위원회 마련 등 주요 내용
대통령 주례연설 폐지…누리꾼 “2% 부족”
대통령 주례연설 폐지…누리꾼 “2% 부족”
<한국방송> 노사가 파업 93일만에 잠정 합의안을 만들었다. 공정방송 감시위원회 마련 등 공정방송의 틀은 마련했지만 파업의 주요 목표였던 김인규 사장 퇴진은 이루지 못한 것이어서 일부에서 “찜찜한 타결”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노조는 5일 밤 늦게까지 사쪽과 협상을 벌인 끝에 ‘대통령 선거 공정보도’라는 큰 틀의 잠정합의안을 만들었다. 잠정합의안에는 △탐사보도팀 부활 △공정방송 감시위원회와 같은 협의기구 마련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대통령 주례연설 폐지에도 잠정 합의했다. 합의안이 7일 노조 대의원회, 8일 노조원총회에서 통과할 경우 이르면 8일 노조원들이 현업으로 복귀하게 된다.
석 달 넘게 이어온 한국방송 파업 중단 소식에 누리꾼들은 일단 환영의 뜻을 보냈다.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자신의 트위터(@tak0518)에 “고생하셨습니다. 어쩌면 이제부터 더 치열하게 싸우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기자리로 돌아가는 그 길을 응원합니다”라고 밝혔다. “진짜 뉴스를 만들어서 타 방송 언론탄압을 보도하자”(kim****), “공정방송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봅니다!! 정말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jskj****) 등의 멘션도 이어졌다.
그러나 애초 파업의 주요 목표던 김인규 사장 퇴진을 관철시키지 못한 채 현업 복귀를 논의하는 데 대해 대부분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냈다.
아이디 ssang****은 “KBS 구성원 중 파업 참가인원이 MBC보다 적은 게 큰 문제였지만, 그렇다 해도 김인규 퇴출이 안된다면 백기투항일 수밖에”라고 비판했고 photo_*****는 “파업 돌입 당시 내걸었던 그 어느 것도 얻지 못한 채 다가올 대선의 공정방송을 위해 사측과 가합의했다는 것에 아쉬움이 크다. 피를 부르는 징계의 칼바람이 불 것 같다”고 우려했다. hoori*****는 “언론사 파업은 미팅같다. 혹시나 하고 나갔다가 역시나 하고 들어오게 되는…”이라고 씁쓸한 반응을 보였고 ssa****는 “낙하산 사장 퇴진은 내릴수 없는 깃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방송> 등 다른 파업 언론사들을 지지하는 의견도 보였다. thinka*****는 “창피한 줄 알라.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잘가라 KBS. MBC노조의 파업투쟁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고 응원했고 kimjongk****는 “이게 KBS 반쪽짜리 파업의 끝인가?”라고 냉소한 뒤 “이제 믿을건 MBC뿐! 아웃 재처리!”를 외쳤다.
김인규 사장에게 욕설 문자를 보냈다가 해고된 바 있는 최경영(@kyung0) 한국방송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투항이라는 일부 비아냥이 듣기 싫습니까? 우린 기약없는 90여일 파업과 희생 모두 감수했습니다. 냉소도 비아냥도 감수합시다. 착각은 마세요. 진짜 싸움을 위해 들어가는 겁니다. 해직 아니라 무엇이든 각오합니다. 남은 6개월 죽도록 리셋KBS! 아니면 우린 X새끼”라는 글을 남겼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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