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출석하러 나온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MBC노조 파업 책임 일방에 돌리긴 어려워”
집행부 구속영장 다시 기각
‘노조 때리기’ 관행 제동
구속 부당 이례적 설명
노조 “김 사장 수사 차례”
집행부 구속영장 다시 기각
‘노조 때리기’ 관행 제동
구속 부당 이례적 설명
노조 “김 사장 수사 차례”
정영하 <문화방송>(MBC) 노조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5명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도 기각되면서,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수사에는 미온적인 채 ‘노조 때리기’에 열중하는 검찰과 경찰의 무리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법원이 이례적으로 “파업이 종결되지 않은 책임을 일방에게 돌리기 어렵다”고 밝힌 점은 검·경의 노조 옥죄기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남부지법 박강준 영장전담판사는 8일 새벽 업무방해 등 혐의로 정 위원장 등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앞서 검·경은 지난달 21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들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하며 강한 구속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1차 기각 이후 상황이 별로 달라진 점이 없기 때문에 영장 재청구는 처음부터 ‘명분’이 달렸다.
영장 재청구를 합리화하는 논리는 업무에 복귀한 배현진 아나운서의 주장 정도에 그쳤다. 검찰은 “배 아나운서의 ‘집회 참여 강요 및 노조원 간의 폭력행위 발생 발언’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배 아나운서가 구체적 사실관계를 밝히지 못하고, 사쪽은 근거가 부족한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노조를 폭력집단으로 매도했다고 반발해왔다.
법원은 이에 자세한 기각 사유를 밝히며 검·경이 사쪽에 편향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했다. 박 판사는 “업무방해죄 등의 성립 여부와 위법성 조각 여부에 대해 피의자들이 다투어볼 여지가 있다”며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1차 기각 때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간략하고 표준화된 기각 사유만을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구속은 부당하다고 적극 설명한 셈이다. 특히 “파업은 노사 양쪽의 관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어느 일방의 노력으로만 종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파업이 종결되지 않은 책임을 어느 일방에게 돌리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런 판단은 20억원대의 배임과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고발된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에 대해서는 한차례 소환조사에 그치고 있는 수사 당국에 대한 비판에도 무게를 실어준다. 거듭 구속 위기를 겪은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검찰은 ‘광우병 논란’ 보도를 한 <피디수첩> 제작진 5명을 기소했다가 무죄가 선고돼 정치검찰로 낙인찍힌 바 있다”며 “김재철 사장에 대한 수사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정치검찰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불법파업’을 강조하며 공권력에 기대려던 문화방송 사쪽도 타격을 입게 됐다. 한국기자협회는 영장 재기각으로 김재철 사장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면서 “당장 언론계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지난 1일 문화방송 노·사가 대화 창구를 열기로 했었지만, 영장 재청구가 찬물을 끼얹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쪽은 지난주 노조원 35명을 대기발령한 데 이어 추가 제재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이진숙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은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면서도 “문제는 노조가 사장 퇴진을 전제조건으로 내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쪽은 19대 국회가 청문회와 국정조사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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