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감시 프로 폐지까지 염두
“좌파 대청소” 시나리오로 분석
“좌파 대청소” 시나리오로 분석
<문화방송>(MBC) 사쪽의 노조원 대량 징계가 보수 정치권력에 순응하는 방송을 만들기 위한 구상의 일환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김우룡 전 이사장이 2010년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좌파 대청소”의 완결판을 만들려는 시도라는 말이다.
문화방송은 기자, 시사교양 피디, 방송기술 등 11개 부문 경력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사쪽은 다음달 11일께 경력사원 40여명을 뽑아 곧 제작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문화방송은 앞서 1년간 근무 뒤 정규직화 여부를 결정하는 ‘시용기자’들을 뽑는 등 충원을 계속해왔다.
문화방송 노조는 대량 징계와 대규모 채용이 단순히 파업 참여자들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비판세력 징계→권력 감시 프로그램 폐지→순치된 방송’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 충원과 파업 대체인력 확보 이상의 효과를 노린다는 시각이다. 김재철 사장을 선임한 방문진의 김우룡 전 이사장은 2010년의 인터뷰에서 김 사장의 역할을 ‘좌파 싹쓸이 청소부’로 규정한 바 있다. 김 사장은 취임 첫해인 2010년부터 노조 간부를 해고하고 ‘피디수첩’ 등 권력 감시 프로그램을 제어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따라서 파업을 빌미로 삼아 눈엣가시 같은 기자와 피디들을 밀어내고 ‘사상이 검증된’ 경력사원들을 투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조항제 부산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이명박 정권 초기에 문화방송이 노조를 이기적 집단인 것처럼 몰아갔으나 김우룡 전 이사장의 ‘쪼인트’ 발언 뒤 이런 움직임이 쑥 들어갔었다”며 “(김 사장이) 총선 뒤 자신감을 얻은 정부·여당을 등에 업고 다시 강경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해고당한 최승호 피디는 “시사교양국 인력은 매해 겨우 1명씩 충원되는 구조였는데 10명을 새로 채우겠다는 것은 완전한 물갈이로 공영방송을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번 파업으로 발생한 본사 대기발령자 69명 가운데 시사교양 피디는 17명이다. 시사교양국 소속 노조원 56명의 30%에 해당한다. 또 피디수첩 피디는 9명 가운데 5명이 대기발령을 받았다.
최근 문화방송 보도는 이런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문화방송은 새누리당 당원 명부 유출에 대해 새누리당의 해명에 힘을 실어주는 보도 행태를 보였다”며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을 보호하려는 맥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방송 심의실에서도 이 사건의 파문이 커지던 지난 21일에는 ‘뉴스데스크’가 단신으로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문화방송 17개 지역사도 노조원들을 대기발령한 데 이어 다음달 2일 동시에 56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재철 사장은 26일 회사 특보를 통해 “다섯 달씩이나 업무를 떠나 있고 계속 들어오지 않으면 사원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문화방송 라디오 생방송에서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박 원내대표는 26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사실상 형사적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 사장이 기자와 피디 118명을 해고 또는 징계했다”며 “김 사장은 물러나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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