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이 6월27일 일부 신문에 낸 전면광고. 노조집회에 참석한 야당 의원 21명의 얼굴을 실으며 노조 파업을 비난했다.
노조집회 참석한 야권 21명 사진 싣고 파업비난
민주당 “명예훼손…법적책임 물을것” 경고
민주당 “명예훼손…법적책임 물을것” 경고
<문화방송>(MBC) 사쪽이 27일 일부 신문에 노조의 파업을 “정치파업”이라고 비난하는 전면광고를 실으며 노조 집회에 참석한 야권 정치인 21명의 사진을 넣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방송은 이날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 일간지와 무가지 17곳에 “상습파업, 정치파업의 고리를 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냈다. 광고에는 “문화방송 노조 집회에 참석한 정치인들, 이들은 모두 야당 소속”이라는 글과 함께 문재인·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한명숙 전 민주당 대표,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심상정·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등 야권 정치인 21명의 사진과 이름이 실렸다. 광고는 또 4·11 총선 전 문화방송의 한 기자가 트위터에 “집권당인 새누리당에 단 한표도 주지 맙시다”라는 글을 올렸다며, “이래도 정치파업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광고는 파업 도중에 업무에 복귀한 배현진 아나운서가 사내 통신망에 올린 “‘너 같은 아이는 파업이 끝난 뒤 앵커고 방송이고 절대 못하게 하겠다. 어떻게든 내가 그렇게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때로 불성실한 후배를 다잡기 위해 공공연한 장소에서 불호령을 내리거나 심지어 폭력을 가하는 믿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는 글을 인용하기도 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배 아나운서의 주장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 광고는 또 “문화방송 노조는 파업 초기 ‘공정방송’을 주장하다가 최근에는 김재철 사장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인신공격에 몰두하고 있다”며 김재철 사장의 비리 의혹을 취재해 폭로한 노조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정치파업의 고리를 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는 광고 윗부분에는 김재철 사장의 사진도 크게 배치했다.
문화방송 사쪽의 이런 광고에 대해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재철 사장의 (광고 집행) 지시와 결재가 있었을 것임은 분명하다”며 “사진을 게재해 명예를 훼손했기 때문에 대단히 심각한 일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어 광고 내용이 “개인 비리에 대한 방어, 노조 비난, 야당 정치인에 대한 비난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언론 정상화를 위한 야당의 노력을 비하하는 데 공익재산인 문화방송의 돈을 이용했다면 이는 청문회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화방송은 최근 ‘특보’에도 노조원 지지 집회에 참석한 야당 정치인들 모습을 게재하며 정치인들이 얼굴을 내미는 파업은 정치파업이라는 식의 논리를 펴왔다.
문화방송 노조는 공정 방송 훼손과 비리 의혹이 파업의 이유이자 사태의 본질인데도 사쪽이 정치인들이 지지 방문을 하면 정치파업이라는 주장으로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정치인들이 집회에 참석하거나 격려를 하면 무조건 정치파업이냐”며 “김 사장을 비호하기 위해 광고비 6억여원을 집행했다는데, 이는 분명한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손해배상 소송 등을 통해서라도 광고비를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진숙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은 “노조 역시 여러 매체에 인터뷰를 하고 특보를 내 자신들의 주장을 하고 있지 않느냐”며 “사쪽 역시 정당한 과정을 거쳐 (사쪽의) 주장을 광고로 낸 것으로, 아무런 법적·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화보] 북한도 디지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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