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쿡 닷컴’ 회원들이 2일 낮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사옥 남문 앞에서 <문화방송>(MBC) 노조원들에게 현장에서 조리한 삼계탕을 건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82쿡 닷컴’ 회원들 2700만원 모아…“엄마들도 떳떳하려 응원”
“역사 앞에 떳떳하기 위해 파업에 나선 여러분들처럼, 엄마들도 아이에게 떳떳하기 위해 밥주걱 들고 응원합니다. 앞으로 쌍용차·강정마을·용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문화방송이 돼주세요.”
2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사옥 남문 앞. 주부들의 요리 정보 공유 사이트 ‘82쿡 닷컴’ 회원들이 준비한 ‘마봉춘(MBC) 응원을 위한 밥차’가 삼계탕 200인분을 싣고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18일 이 사이트에서 모금 운동을 제안(<한겨레> 6월27일치 10면)한 필명 ‘발상의 전환’은 배식에 앞서 당부의 말을 전했다. 박수가 쏟아졌다. ‘밥상 앞 공정보도 결의’였다.
삼계탕이 완성되고 “줄을 서세요”라는 안내에 문화방송 노조원 200여명은 금세 150m의 긴 줄을 만들었다. ‘82쿡 닷컴’ 회원 30여명은 뙤약볕에 흘러내리는 땀을 수건으로 훔치며 미리 손발을 맞춘 것처럼 척척 음식을 준비했다. 한 사람이 통째로 잘 삶은 닭 한 마리와 전복 한 미가 담긴 그릇을 건네면 다른 사람은 썰어놓은 부추를 먹음직스럽게 올렸다. 바로 옆에서는 다른 봉사자들이 식판에 김치와 고추무침 등 반찬을 담았다. 떡, 수박, 초콜릿 케이크 등 후식도 1인분씩 준비했다. 시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지난달 18일부터 이날까지 2700여만원이 모였고, 200인분의 냉커피·떡·과자 등 음식 후원이 잇따라 먹을거리는 넘쳐났다.
이날 하루 직장을 쉬고 현장을 찾은 홍미정(40)씨는 “재량휴업일을 맞은 조카를 일부러 데리고 왔다”며 “이곳은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생히 배울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체험학습장”이라고 말했다. 200인분 떡에 ‘김재철을, 언론자유를 꾸울~떡’이라는 문구를 적어 기증한 홍씨는 “이 떡이 파업을 끝내는 잔치 떡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밥차 옆에서는 ‘마봉춘을 위한 오프라인 마켓-법인카드 절대사절’이라고 쓴 펼침막 아래 벼룩시장도 열렸다. 신발·옷·아기용품·커피메이커 등 1천~4만원까지 ‘내 맘대로’ 가격표를 붙인 각종 물건이 한자리에 모였다. ‘82쿡 닷컴’ 회원인 친구를 따라온 임정자(70)씨는 “김재철 사장이 <무한도전> 못 보게 자꾸 방해를 하니 국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며 “다시는 사장이 (언론사를) 맘대로 주무르지 못하게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9일 여야가 ‘8월 초 구성될 방송문화진흥회(문화방송 대주주) 새 이사진이 방송 정상화를 위해 나선다’는 합의를 했기 때문인지 문화방송 노조원들은 업무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조효정 기자는 “파업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음식까지 해주셔서 감동했다”며 “파업이 끝난 뒤 어떻게 뉴스를 만들어야 이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책임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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