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 아무리 이빨빠진 호랑이라도…”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만리동 오피스텔 근처 목욕탕에서 목욕을 한 뒤 나오고 있다. 김정효 기자 [e-mail]

“새 이사진 이미 내정” 유임 취지 발언 알려져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8월에 들어올 새 이사진이 이미 (나를 지지할 사람들로) 내정돼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방송 사장을 선임하는 방송문화진흥회는 이사가 9명이다. 모두 방통위가 임명하는데 통상 여권 성향 6명, 야권 성향 3명으로 꾸린다. 현 이사 임기는 8월 8일까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본부장 정영하)는 4일 발행한 파업특보에서 김 사장이 지난달 28일 임원과 일부 간부가 동석한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퇴진 가능성은 적게는 1%에서 많게는 5%에 불과하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김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다 해도 방문진에 영향력이 남아 있다’며 간부들의 동요를 차단하려 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방문진 새 이사진 구성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과 이미 얘기가 끝났다’는 얘기도 사내 인사들에게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흐름은 문화방송 출신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의 전망과도 일치한다. 신 의원은 지난달 3일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김 사장이 지난 5월25일부터 정문을 통해 출퇴근하기 시작한 걸 두고 “김 사장이 청와대, 정확히는 MB(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확인 받았다는 뜻이다. ‘김재철은 그냥 간다’는 얘기”라며 “청와대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어느 순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현재 진행 중인 방문진 새 이사진 공모 절차가 요식행위라는 의혹까지 제기될 수 있다. 방문진 이사 임명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는 김 사장이 이런 발언을 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방문진 이사 공모 사실을 발표했다.

　MBC 노조는 “발언의 사실 여부를 떠나, 김 사장은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청와대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김원철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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