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앞)이 지난달 6일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서 열린 이사회에 업무보고를 하러 들어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MBC 구성원·언론단체 등 분노
“김재철 사장 중대한 해임사유” 새누리당 이상돈도 맹비난
MBC 내부 “지금도 정권이 쥐락펴락
민영화땐 공정성 더 약화될 것”
“김재철 사장 중대한 해임사유” 새누리당 이상돈도 맹비난
MBC 내부 “지금도 정권이 쥐락펴락
민영화땐 공정성 더 약화될 것”
대선을 앞두고 <문화방송>(MBC) 경영진과 정수장학회 쪽이 문화방송 민영화 추진과 선심성 지분 매각 대금 사용 계획을 짠 사실이 드러나면서 언론계는 물론 정치권에도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계획은 문화방송 지분을 30% 보유한 정수장학회보다는 지분도 없는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을 놓고 의혹이 증폭된다. 새누리당에서조차 ‘공영방송 사장의 선거 개입’으로 해임 사유에 해당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화방송 구성원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함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10년차 기자는 14일 “문화방송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져 하루가 멀다 하고 불공정성 시비가 벌어지는 와중에 경영진이 나서 민영화 논의를 꺼내는 것 자체가 불순하게 느껴진다”며 “낙하산인 김재철 사장이 자리 보존을 위해 문화방송을 새누리당 정권 재창출의 제물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한 피디는 “김 사장이 간부회의 시간에 ‘민영화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소문이 돌아 분위기가 뒤숭숭했는데 사실로 판명됐다”며 “나는 공영방송 피디로 입사했지 민영방송에 입사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의 여권 편향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정치부 기자 시설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이 깊었던 김 사장은 취임 이후 인사 문제 등에서 청와대의 뜻을 대부분 수용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큰집 조인트 발언’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피디수첩>과 같은 권력 감시 프로그램의 장기 불방, 국장책임제 무력화 등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됐다.
이번에 불거진 민영화 문제 또한 이명박 정부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김 사장은 지난 7월 한 신문 인터뷰에서 민영화 검토에 대한 운을 띄웠지만,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의 ‘비밀 회동’ 사흘 뒤인 지난 11일에도 방문진 회의에서 민영화 문제는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말했다.
문화방송 구성원 일부는 민영화 때는 공정성을 지키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내비쳤다. 한 기자는 “공영방송인 지금도 정권이 쥐락펴락하는데 민영화되면 정치 바람을 더 탈 것”이라고 걱정했다. 언론학계에서도 같은 우려가 나온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국민주 형식을 취한다 해도 결국 사영화여서 권력 비판보다는 기득권층에 유리한 프로그램이 쏟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화방송 최대주주인 방문진과 방송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무능’에 대한 성토도 잇따랐다. 파업 뒤 교육명령을 받은 한 기자는 “우리가 170일 넘게 파업을 벌이며 김 사장의 비리를 추적해 공개했는데도 방문진과 방통위가 나 몰라라 했다”며 “이런 틈을 타고 김 사장이 꼼수를 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최필립 이사장은 물러나야 하고, 김재철 사장은 주저 없이 해임해야 한다”며 “(김 사장은) 이미 드러난 공금유용 등의 의혹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공영방송 사장이 정치 문제에 개입한 것은 더욱 중대한 해임 사유”라고 말했다. 그는 “민영화는 임기제 사장이 아닌 방문진, 국회, 방통위가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도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김 사장이 민영화 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정권 초기부터 언론 장악을 손쉽게 하려는 청와대와 박근혜 후보와의 교감 속에 진행됐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성명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문화방송 경영진이 선거에 개입하려는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사법당국은 즉각 수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유선희 조혜정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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