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설립한 김지태씨의 다섯째 아들 김영철씨가 지난해 10월15일 서울 정동 정수장학회 사무실을 찾았다가 닫힌 문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MBC·부산일보 지분 보유
기존 이사들 이미 지난달 연임돼
“지금까지 얼굴만 바뀌었을 뿐
박 대통령 영향권 못벗어나” 지적
언론 공공성 보장할 새 이사진 중요
“박 대통령, 사회환원 결단을” 목소리
기존 이사들 이미 지난달 연임돼
“지금까지 얼굴만 바뀌었을 뿐
박 대통령 영향권 못벗어나” 지적
언론 공공성 보장할 새 이사진 중요
“박 대통령, 사회환원 결단을” 목소리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일인 25일 돌연 사퇴하면서 이번 기회에 박정희 정권의 언론 장악의 결과로 <부산일보>와 <문화방송>(MBC) 지분을 소유한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수장학회의 기존 이사들이 지난달 연임돼, 최 이사장의 퇴진이 ‘꼬리 자르기’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정수장학회는 현재 문화방송 지분 30%(6만주)와 부산일보 지분 100%(20만주)를 가지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2년 김지태씨가 만든 부일장학회를 강탈하는 과정에서 언론사 지분도 뺏은 것이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2005년 “정수장학회 강탈 사건은 언론 장악 의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언론 자유가 최고 권력자의 자의에 의해 중대하게 침해된 사건”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1960~70년대에는 박 전 대통령의 대구사범 동문들이 정수장학회와 그 산하의 문화방송·부산일보를 장악했고, 그의 사후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필립 이사장처럼 친인척과 측근들이 정수장학회를 맡아왔다.
이 때문에 정수장학회 문제는 ‘언론 장악’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상황이라 언론사 지분을 가진 장학회가 계속 그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것은 더욱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옥 <부산일보> 노조 상임부위원장은 “지금까지 정수장학회 이사진은 사람만 바뀌었지 결국 박 대통령의 영향권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새 이사진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인물들이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문제를 매듭지으려면 박 대통령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김지태씨 유족 등이 참여하는 사회 환원 계획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박 대통령이 입장을 밝힌 뒤 정수장학회가 명칭 교체와 이사진 개편 등을 선언해야 한다. 그 뒤 시민단체와 김지태씨 유족까지 아울러 사회 환원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장학회공동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도 “박 대통령의 역사 인식이나 언론관과 직접 관련이 있는 문제라 대통령이 먼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지태씨의 차남 김영우씨는 “정수장학회가 언론사 지분을 소유한 만큼,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박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언론 장악 논란에 시달릴 수 있다. 우리의 요구는 이미 제시한 만큼 박 대통령의 결단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정수장학회 쪽에서는 조만간 새 이사장 선출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사회 환원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이사장 외 4명의 이사 중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난 2명을 연임시켜 사회 환원 요구와는 상충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임된 김덕순 이사는 박 대통령이 이사장이던 2000년에 이사가 됐고, 신성오 이사는 최 이사장의 외교부 후배로 2005년에 이사진에 합류했다.
정수장학회에 대한 감독권이 있는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정수장학회는 두 이사를 연임시켜 이사장을 제외한 이사 공석은 없어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 이사장이 사임하면 2개월 안에 새 이사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관련영상] 정수장학회, 박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겨레캐스트 #48)
<한겨레 인기기사>
■ 초등생, 학원 차에 옷 낀 채 끌려가다 사망
■ 박 대통령, 국회에 불만 표시 “안보위협 상황…김장수 없어 안타까워”
■ 구리로 옷을 만든다?
■ 이재용, 영훈초에 컴퓨터 40대 기증…아들은 재단 같은 영훈국제중 합격
■ “김병관, 천안함 사건 다음날 골프장 출입”

■ 초등생, 학원 차에 옷 낀 채 끌려가다 사망
■ 박 대통령, 국회에 불만 표시 “안보위협 상황…김장수 없어 안타까워”
■ 구리로 옷을 만든다?
■ 이재용, 영훈초에 컴퓨터 40대 기증…아들은 재단 같은 영훈국제중 합격
■ “김병관, 천안함 사건 다음날 골프장 출입”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