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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 보도에 대한 상식적인 의문

등록 2013-03-12 20:41

성한표 언론인
성한표 언론인
미디어 전망대
최근 악화된 한반도 위기 상황의 직접 당사자는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 등 세 나라다. 위기관리에 실패하여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크든 작든 피해를 입는 나라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위기 상황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쥔 나라에는 한국이 빠진다. 우리에게는 지금 한반도에 조성된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해소할 아무런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북한은 도발적 상황을 전쟁으로 끌고가거나, 평화로 전환시키거나를 선택할 수가 있다. 미국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미끼, 곧 수단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기 싸움’이 당사자의 하나인 한국의 어깨너머에서 진행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한 발언권과 참여가 지금처럼 철저히 배제된 것은 북한과의 모든 대화 채널을 닫아버린 이명박 정부 때부터다.

한국은 한반도에 전쟁이 터지면 태평양 건너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참혹한 파괴를 겪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어떤 지렛대도 갖지 못한 채, 미국의 결정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다. 반대로 우리에게는 전쟁을 촉발시키는 수단(?)은 몇 가지 있다. 우리의 허술한 안보 태세가 북한 지도부로 하여금 ‘오판’케 하거나, 우리 쪽의 지나친 자극적 언동이 그들에게 전쟁 도발의 빌미를 제공하는 경우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북한에 대해 강온 양면의 메시지를 계속 보내는 것도 우리의 어려운 처지를 말해준다. 그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우리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겠지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되도록 하는 노력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와는 별개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우선 시작하고 그밖에도 더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청와대 쪽의 설명도 흘러나왔다.

그런데 이와 같이 긴박하고 미묘한 상황에 대한 보수 언론의 보도는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정부와 국회의 전쟁 대비가 허술하다고 연일 질타하고 있는 <조선일보>는 지난 9일치 사설을 통해 ‘미국 정계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에 대해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처한다는 것이 미국에서 대화 분위기가 일고 있으니, 우리도 북한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모색하자는 뜻일까? <조선일보>의 평소 논조나 사설의 문맥으로 보아 그 반대인 것 같다. 사설은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의 6자회담 전 대표인 스티븐 보즈워스가 제안한 ‘북한과 대화를 위한 평화협정 추진’을 사례로 언급하면서, 평화협정은 북한이 한·미 동맹 종료와 주한미군 철수를 노리고 끊임없이 요구해온 사안이라는 설명을 통해 경계심을 환기시켰다.

보수 정권의 수장인 박 대통령까지도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한반도에 전쟁이 터지면 결국 북한 정권이 붕괴될 것이니 남한이 불바다가 되는 것쯤은 감수하자거나, 아니면 북한은 절대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지 않고서는 미국 정계의 대화 분위기에조차 시비를 걸 이유가 있는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압박과 함께 대화도 적극 주창해야 하는 것이 언론이 아니던가? 이 땅에 살고 있는 보통 사람의 아주 상식적인 의문이다.

성한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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