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관료 유착 본질 떠나
‘마약’ ‘난교’ 등 자극적 소재 앞다퉈
배우 동원해 음란파티 장면 재연도
“시청률 높이려 무리수” 비판
‘마약’ ‘난교’ 등 자극적 소재 앞다퉈
배우 동원해 음란파티 장면 재연도
“시청률 높이려 무리수” 비판
‘지도층 성접대’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선정적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이 사건 보도에 힘을 쏟는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은 성추문이라는 소재를 한껏 활용해 시청률을 올리려는 태도를 보여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성접대 사건 보도는 종편이 어떤 매체들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사소한 것에도 ‘단독 보도’라는 점을 강조하며 매일 3~4건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종편들 간 보도 경쟁의 불을 댕긴 것은 지난달 14일 건설업자 윤아무개씨의 성접대 동영상을 경찰이 입수했다고 보도한 <티브이조선>이었다. 종편들은 그 뒤 동영상에 담긴 내용이나 ‘비밀 파티’, ‘난교’, ‘마약’ ‘호화 별장’처럼 말초적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소재들에 집중했다.
<티브이조선>은 지난달 22일 “윤씨가 고위층 성접대 동영상을 손쉽게 찍을 수 있었던 것은 로자레팜이라는 환각성 약물을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별장 방문자 인터뷰를 통해, 윤씨가 자신의 별장에서 마약류를 이용해 손님들을 취하게 하고 음란한 파티를 하게 만든 다음 동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채널에이>는 윤씨의 별장 내부를 둘러보면서 “1·2층 모두 고급스런 가구가 있고 화장실과 욕조도 대리석 재질로 만들어졌다”며 호화로운 인테리어에 초점을 맞췄다. <채널에이>의 자매지 <동아일보>는 21일치 ‘일부 유력인사들 별장서 난교 파티’란 제목의 기사에서 “단순 성접대가 아닌 사회 유력 인사들의 은밀한 ‘집단 섹스 파티’의 성격이 강하다”, “전직 대통령이나 유명 배우의 가면을 쓴 채 고급 양주를 마시며 파티를 즐겼다” 등, 윤씨가 주도했다는 파티의 상세한 내용을 전했다.
성 접대 동영상 보도
선정적 보도의 정점으로 꼽히는 것은 지난달 22일 <제이티비시>(JTBC)의 <뉴스9> 기사다. 제이티비시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동영상이다. 이 영상을 직접 본 사람들의 묘사를 토대로 해 당시 상황을 재연해봤다”며 재연 배우를 동원해 바지를 벗은 남성이 검정 원피스를 입은 여성을 끌어안은 장면을 내보냈다. 지상파인 <에스비에스>(SBS)도 지난달 21일 <8시 뉴스>에서 동영상 내용을 전하며, “남성이 여성을 뒤에서 안고 노래를 부르다, 낯 뜨거운 장면으로 넘어가다 동영상은 끊겼다”는 설명과 함께 이 장면을 표현한 삽화를 내보냈다.
문제의 본질에서 많이 벗어난 보도도 잇따랐다. <채널에이>는 지난달 23일 “성접대 의혹에 등장한 별장이 이젠 관광 명소가 됐다”고 보도했다. “6800㎡의 대지에 지어진 6채의 호화 건물. 주변의 수영장과 정자, 연못은 새삼스런 관심을 끌고 있다”며, 문제의 별장이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돼간다는 내용이었다. ‘원주시 부론면 뜨는 이유’란 제목의 2일치 <조선일보> 온라인 기사도 “윤씨의 별장이 있는 원주시 부론면이 의도치 않은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권혁남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어떤 유력 인사들이 윤씨와 어떻게 연루되고 어떤 혜택을 줬느냐가 가장 중요한 팩트인데, 언론이 동영상 자체의 선정성에 매달리고 중요한 팩트 취재는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특히 선정적 보도로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끌고, ‘우리도 있다’는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무리한 보도 경쟁을 하는 종편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각 방송화면 갈무리
<채널A> 성 접대 동영상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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