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일보 본사 편집국 앞에서 사측에 고용된 용역업체 직원들이 편집국을 폐쇄하고 있다. 한국일보 편집국 기자와 한국일보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 등 사측은 15일 오후 6시 20분께 용역 15명을 대동한 채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한국일보 편집국으로 몰려와 편집국을 점거, 폐쇄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노조 제공)
토요일 틈타 전산시스템에서 기자 아이디도 삭제
노조 “언론자유 훼손한 초유의 사태…법적 대응”
회사 “사태 수습 위해 불가피한 조치를 취한 것”
노조 “언론자유 훼손한 초유의 사태…법적 대응”
회사 “사태 수습 위해 불가피한 조치를 취한 것”
“강제 퇴사 당했습니다. 한국일보에 입사한 지 23년 2개월, 오늘부로 저는 퇴사자가 됐습니다. 회장의 부당인사에 저항하는 편집국 기자 전원에 대해 기사작성 전산망 접근을 차단, 로그인 해보니 퇴사자라고 나옵니다.” “어제는 기사를 올리는 집배신 전산망에서 퇴사자이므로 로그인할 수 없다고 나오더니 오늘은 존재하지 않는 ID라고 나옵니다. 엄연히 일하고 있는 한국일보 기자 172명이 회장의 부당인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유령이 됐습니다.”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이 15일 용역업체를 동원해 편집국을 폐쇄한 데 대해 오미환 한국일보 선임기자가 15,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장재구 회장의 편집국장 부당인사로 촉발된 ‘한국일보 사태’가, 15일 회사 쪽이 용역업체를 동원해 편집국에 있던 기자들을 내쫓고 편집국을 폐쇄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일보 편집국 기자 일동 및 한국일보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5일 밤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 편집국 폐쇄하고 기자들 강제로 몰아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어 “회사 쪽이 이날 오후 편집국 안에서 일하던 당직기자들을 편집국 밖으로 강제로 몰아내고 편집국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노조 비대위에 따르면, 장 회장은 회사 간부 15명과 용역업체 직원 15명 등과 함께 15일 오후 6시20분께 한국일보가 입주해 있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한진빌딩 15층의 편집국으로 들어와 근무중인던 기자들에게 ‘근로 제공 확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은 신문 제작을 하지 않는 토요일이어서 편집국에는 당직 기자들만 있었다. 근로제공확약서는 “본인은 회사의 사규를 준수하고 회사에서 임명한 편집국장(직무대행 포함) 및 부서장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것임을 확약한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퇴거 요구 등 회사의 지시에 즉시 따르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자들이 서명을 거부하자, 회사 쪽은 용역직원들을 시켜 기자들을 편집국 밖으로 몰아냈다. 이어 편집국 출입문을 봉쇄했고, 다른 회사들도 함께 쓰는 공용공간인 15층 비상계단과 연결통로를 폐쇄했다.
또 회사 쪽은 지면 제작을 위해 기사를 작성하고 송고하는 전산시스템인 기사집배신을 폐쇄하고, 기자들이 기사집배신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삭제했다. 현재 기자들이 기사집배신에 아이디를 입력하면 “OOO은 퇴사한 사람입니다, 로그인 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고 접속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16일 신문 제작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 쪽이 별도의 공간에서 편집국 기자들을 배제한 채 신문을 자체 제작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회사 쪽은 또 기자 개개인에게 박진열 사장 명의의 이메일을 보내 근로제공확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이메일에서 “회사는 한달 반 이상 계속돼 온 무질서 상태로 인한 한국일보의 퇴락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어 사태 수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를 취하게 됐다”며 “잘잘못은 정상화 이후 따져도 늦지 않으니 즉시 제자리로 돌아와 신문 제작에 참여해 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 비대위는 “일하던 기자들을 편집국 밖으로 몰아내면서 근거 없는 근로제공확약서 작성을 강요한 회사 쪽의 조치는 대한민국 언론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유의 일로,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자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 권리를 방해한 불법 조치”라며 “회사 쪽의 편집국 폐쇄와 기자 아이디 삭제 조치에 대해 ‘사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 등 강력한 법적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일보 기자들과 노조 비대위는 16일 오전 9시 한국일보가 입주해 있는 한진빌딩 사옥 1층에서 회사의 조처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어 기자들은 오전 11시께 편집국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려고 시도했으나, 회사 쪽이 안에서 이중의 잠금장치를 해놓아 들어가지 못했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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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편집국이 장재구 회장측에 의해 폐쇄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일보 1층 로비에서 한국일보 노조 기자들이 장재구 회장의 퇴진과 일할 수 있도록 편집국 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며 총회를 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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