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브앤메일
페이월(온라인 뉴스 유료화)과 모바일.
지난 6월 2일부터 5일까지 타이 방콕에서 열린 세계편집인포럼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들이다. 포럼이 열린 나흘 동안 페이월과 모바일이라는 단어가 안 들린 회의는 많지 않았다. 세계신문협회는 포럼이 열린 첫날인 지난 2일 발표한 세계신문 트렌드에서 “세계 신문 구독자수는 지난해보다 다시 0.9% 줄어들었고, (신문 산업이 비교적 잘 발달된) 유럽에서 신문 구독자 수 감소는 더욱 뚜렷하다”고 했다. 신문 구독자 수 감소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보급이 늘고 있는 모바일에서 유료 독자를 확보하거나 무료 독자라도 구독자 수를 늘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처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포럼에서 먼저 발제를 한 캐나다의 <글로브앤메일>은 지난해 10월부터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시작했다. 벤치마킹 모델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12년전부터 시도해 정착시킨 ‘미터(meter)제’다. 미터제는 최초 일정한 기사 건수 까지는 무료로 읽을 수 있도록 하고, 그 이상에 대해서는 ‘독자 등록’, 그 다음에 ‘유료 구독’으로 이어지는 온라인 구독 유치 방식이다. <글로브앤메일>이 모든 뉴스를 유료화 한 건 아니고 자신들이 특화한 정치와 경제 기사들이 주요 대상이다. 경제 뉴스에 대한 짧은 논평을 담은 아르오비 인사이트(Return On Business Insig)t와 정치 기사 논평인 팔러틱스 인사이더(Politics Insider) 등이 대표적 예다. 실제로 정치와 경제 뉴스 독자들이 유료 온라인 독자로 전환한 경우가 많았다고 <글로브앤메일>은 밝혔다. <글로브앤메일>을 대표하는 칼럼니스트 두 명의 칼럼도 유료화 대상으로 삼았다. 처음에는 1달에 99 캐나다센트만 내면 기사를 온라인에서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혜택을 내걸어 온라인 유료 독자를 확보했으며, 현재는 기사를 무제한으로 읽으려면 한 달에 19.99 캐나다달러를 내야 한다. “온라인 뉴스 소비가 가장 많은 아침 7시부터 10시 사이에 온라인 뉴스를 많이 내보낼 수 있도록 뉴스 생산 구조도 바꾸었다”고 존 스택하우스 편집장은 말했다.
덴마크 신문 <윌란스포스텐>도 속보와 짧은 기사들은 무료로 나두고 질 높은 기사들을 유료화하는 전략을 지난해부터 택했다.이 신문의 디지털 국장은 “유료화 대상이 되는 프리미엄 기사들은 전체 기사의 25% 정도이고 오전 6시와 정오 그리고 저녁 7시에 주로 내보낸다”고 했다. 그는 “아직은 기자들이 배우는 과정이고 기자들이 기사에 (동영상 같은) 멀티미디어를 덧붙이는 것 등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노르웨이의 <페드렐란스벤넨>은 1995년 신문 구독자 수가 정점을 찍고 이후 줄어들자 지난해 5월에 유료화로 전환했다. 이후 전체 구독자 수가 95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재정적 난국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위험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신문도 온라인 뉴스 유료화 이후 제작 공정을 신문 제작 보다는 온라인 뉴스 소비 시간이 많은 시간대에 맞춰 저녁과 주말 시간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선택한 회사들의 전략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모든 뉴스를 유료화한 것이 아니라 특화된 컨텐츠만을 대상으로 했다. 두번째, 온라인 뉴스 소비가 활발한 아침과 퇴근 시간대에 컨텐츠를 집중적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뉴스 생산구조를 바꿨다. 세번째, 기존 신문 구독자들을 우선적으로 온라인 뉴스 유료 구독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온라인 뉴스 유료 구독자에게 데스크톱과 스마트폰, 태블릿 같은 다양한 전자기기에 맞게 컨텐츠 양식을 최적화해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뉴스 유료화 도입에 앞서 세부적인 시장조사를 하고 이를 사내에서 충분히 공유하려 노력했다. <글로브앤메일>의 스택하우스 편집장은 “에디터들 일부에게 전문적인 (시장 조사) 데이터 분석 훈련을 시키고 이들을 시장 분석 부서와 함께 일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온라인 유료화 이후 몇주 동안 조회수가 40% 떨어져서 이를 벌충하기 위해 무료 기사를 원하는 독자들이 가장 많은 날인 수요일에 무료 기사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다”고도 했다.
물론, 이들 신문의 온라인 뉴스 유료화가 아직 성공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세계에서 온라인 뉴스 유료화가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평가받을 만한 곳은 <파이낸셜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일부 유력한 경제지에 불과하다. 또한, 모든 신문들이 온라인 전략이 유료화인 것도 아니다. 캐나다 퀘벡주 프랑스어 신문인 <라프레스>는 지난 4월 4000만 캐나다달러를 투자해서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라프레스플뤼스’를 내놓았다. ‘라프레스플뤼스’는 특히 아이패드에 맞게 디자인되어있으며, 매일 새벽 5시30분에 기사를 업데이트한다. 컨텐츠는 온라인 환경에 맞게 기사와 사진, 그래픽, 동영상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형태를 추구한다. <라프레스>는 ‘라프레스플뤼스’ 편집만을 위해서 50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지만 ‘라프레스플뤼스’는 공짜로 앱을 다운로드 받아서 사용할 수 있으며 뉴스 구독도 무료다. <라프레스>는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에 공짜로 접근할 수 있다는 거부할수 없는 현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페인의 유력 일간지 <엘파이스>도 지난해 전체 인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20여명 이상을 구조조정한 이후, 온라인에 집중하기로 했다. 남미와 미국 등을 합쳐서 전세계 스페인어 사용자 5억 인구를 겨냥한다는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의 <스타>도 출퇴근 시간 극심한 교통혼잡과 넓은 국토 탓에 신문이 제 시간에 배달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모바일에서 뉴스를 소비시키는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지역 마다 다른 버전의 신문을 모바일로 유통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뉴스 유료화와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신문의 미래를 온라인 그중에서도 모바일에서 찾고 있다는 점은 같다.
조기원 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 국정원 선거개입 드러났는데…침묵하는 박 대통령
■ [화보] 편집국에서 내쫓긴 한국일보 기자들 "우린 기사 쓰고 싶다"
■ “강동원 의원님, 탈당에도 예의가 있습니다”
■ 32년 만에 ‘하행선 장마’…오늘부터 시작
■ 탈주범 이대우, 도주중 어머니·동생 3차례 만나…경찰 수사 구멍 드러나
라프레스
■ 국정원 선거개입 드러났는데…침묵하는 박 대통령
■ [화보] 편집국에서 내쫓긴 한국일보 기자들 "우린 기사 쓰고 싶다"
■ “강동원 의원님, 탈당에도 예의가 있습니다”
■ 32년 만에 ‘하행선 장마’…오늘부터 시작
■ 탈주범 이대우, 도주중 어머니·동생 3차례 만나…경찰 수사 구멍 드러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